비자금 문제 등으로 수사 대상 올라..재계 "당혹스럽다"
검찰이 재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17일 법조계 및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근 신세계 총수 일가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신세계가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수표를 물품 거래 대신 현금화해 총수 일가 계좌에 일부 입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주주가 법인 재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5월 신세계 내부에서 거액의 수상한 뭉칫돈이 움직인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신세계의 비정상적 거래 행위를 포착하고 검찰에 의심거래보고(STR) 자료를 넘겼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비자금이 아니라 정상적인 비용 처리였다"면서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충분히 소명했고 이런 의혹이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화하고 나섰다.
포스코도 비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의 해외법인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을 정준양 전 회장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이뤄진 M&A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2014년 초까지 포스코그룹의 수장을 맡았던 정 전 회장은 사업확장을 명분으로 공격적인 M&A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고가에 매입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조조정 중인 동부그룹은 오너인 김준기 회장의 비자금 문제로 사정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김 회장 일가에 대한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 당국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김 회장에게서 자녀들에게로 거액의 돈이 건너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김 회장 관련 계좌에서 자녀들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로 수십억원이 송금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해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캐고 있다.
재계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현재 재판중인 전·현직 총수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대기업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있다.
수감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가석방이 거론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패척결을 선언하면서 사정당국이 수사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양상"이라며 "기업의 비리 의혹 수사가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