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심층분석 필요성 강조
[뉴스핌=정연주 기자]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둔화된 우리나라 수출에 우려를 표하며 엔화 절하의 부정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10일 한은이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월에도 수출 호조세가 약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으로 환율을 꼽았다.
A 위원은 "2013년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단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환율의 영향이 크다"며 "지난 4분기 우리나라 대일 수출과 대유로 수출이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크게 감소한 반면 일본의 실질수출은 추가 양적완화로 2014년 하반기 이후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엔화 절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위원은 최근 원화환율이 경상수지보다 자본수지에, 내외금리차보다는 투자수익률에 더 크게 영향받는 가운데 달러화 및 엔화의 움직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화환율 결정 메커니즘 변화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가 누적될 경우 일종의 버블을 형성해서 외국자본의 급유출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실물거래용 외환수요과 연기금, 보험 등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용 외환수요가 적절히 분산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협의하여 원화의 국제화를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이 단순한 경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B 위원은 "한은 내 관련 부서에서는 최근의 수출 부진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의 수출 감소, 즉 단순한 경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 성장률의 하락을 가져온 구조적 요인들인 중국의 내수 위주 성장전략, 미국의 에너지 및 제조업 부문 경쟁력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인 팽창의 감속, 수입유발 효과가 큰 선진국의 투자 위축 등이며 우리 수출에 미치고 있는 구조적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수출을 통한 성장 의존도가 높고 이는 향후 지속가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IMF 협의단의 지적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의 물가 하방리스크 확대 우려도 여전했다. 지난 1월 발표한 물가전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상황을 반영해 물가전망을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 가운데 유가에 대한 한은의 자체 전망치 수립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 유가 상승에 따른 큰 폭의 물가 상승이 가능해 시중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위원은 "전망기관의 국제유가 전망치를 수용하기보다는 당행 자체적으로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간 체결된 한·미, 한·EU FTA가 물가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만일 내년에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폭은 지금까지의 물가하락폭보다 비대칭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및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 저유가에 더하여 원화가 절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낮을 것인데, 내년 중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가 다소간 절하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용문제의 질적인 개선에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된다.
D 위원은 "고용사정 분석시 취업자수 통계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 취업경쟁률 등을 통해 고용시장의 질적인 변화를 파악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함의를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위원은 "최근 고용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부서에서 준비하는 통화정책 여건 점검 자료에 고용 및 임금 문제를 매월 포함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F위원은 "유휴생산능력(economic slack)의 참고지표로 제시한 실업률갭과 관련하여 자연실업률(NAIRU) 기준으로 실업률갭을 추정하면 현실 설명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통계청의 새로운 고용보조지표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유휴생산능력 현황을 엄밀히 파악할 수 있으며 실업률갭을 보다 정치하게 분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위원들은 내외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이 가운데 일부 위원은 과거 미국, 일본, EU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모두 완화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EU의 통화정책 기조 간에 괴리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자본유출입의 양상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G 위원은 "일본 및 EU계 외국인 투자자금은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반면 미국계 외국인 투자자금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진국간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진 점 등을 감안하여 원화의 지역(예: 한·일, 한·EU, 한·미, 한·중)별 균형환율을 산출하여 환율문제 분석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급등하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정부에 보완대책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H위원은 "수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크게 증가해 은행들이 고정금리대출 목표비율을 달성하기 위하여 고정금리대출을 추가로 늘릴 경우 가계대출 총량이 매우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며 "또한 은행에게 주어지는 유인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향후 대출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소지가 있다고 점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 하락시 은행이 손실을 일정부분 부담하는 수익·손실공유형 상품을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