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Q 계열사 매출 7500억, 연간 2~3조원..경쟁사 압도
[뉴스핌=이동훈 기자] 시공순위 1위 건설사 삼성물산이 계열회사 간 거래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공사를 따낸 업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신설 및 증축 공사를 삼성물산이 독점하고 있는 것. 기밀 유지에 유리하고 전문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데다 수익성도 양호해 삼성물산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해 4분기 계열회사 간 매출은 7500억원으로 집계 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 송유미 |
계열사 가운데 삼성물산에 가장 많은 공사를 준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공사 매출은 6020억원이다. 이는 계열사 전체 매출(7500억원)의 80%다. 계약 건수는 총 24건으로 이중 22건은 수의계약이며 2건은 지명경쟁입찰로 진행됐다. 공사대금은 어음으로 받았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 385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계열사로부터는 총 3건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모두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밖에 삼성토탈, 삼성중공업, 삼성생명보험, 삼성정밀화학, 삼성SDS와 공사 계약을 했다.
삼성물산의 뒤는 대림산업(3480억원)과 GS건설(1685억원)이 이었다. 대림산업은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석유화학 매출, GS건설은 충남 보령 LNG 터미널 프로젝트(426억원), 당진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공사(431억원)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이를 제외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계열사 거래가 미미하다. 공사 발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매출 2조6770억원 중 계열사 매출이 24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과 공사 계약을 했다. 대우건설은 2조5560억원 매출 중 계열사 매출이 399억원에 그쳤다.
계열사 간 거래가 왕성하면 재무 안정성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수익성도 공공공사 및 해외공사에 비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천재지변 등으로 공사비용이 늘어날 경우 해외에선 공사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계열사 간 거래에선 공사비 반영이 한결 수월하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발주처는 계열사를 선호한다. 계열사의 후방 지원 뿐 아니라 기밀유지 및 사후관리 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공사비가 수조원에 달하다보니 삼성물산이 큰 수혜를 보고 있다”며 “공사 원가율도 90% 안팎으로 양호해 매출과 수익성 확보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계열사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이면 삼성물산 매출도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계열회사가 공사를 발주하면 일반적으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며 “특히 반도체 공사는 안전성과 보안이 중요해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