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정세불안에 발주 감소 불가피..저가 사업장의 불확실성도 남아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주가 하락 불안감이 여전히 높다.
증권업계는 대부분 건설업체의 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실적이 대부분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목표 주가를 잘라내고 있다.
건설사 주가 전망이 불안한 이유는 불투명한 향후 전망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가장 큰 해외시장인 중동지역 공사 발주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최근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분양시장에서도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목표주가를 크게 낮췄다. 상위 5개 업체의 경우 평균 27% 목표주가가 낮아졌다. 한달새 40% 넘게 목표주가가 빠진 건설사도 있다.
표=송유미기자 |
이중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박하게 평가했다. 기존 8만7000원에서 6만8500원으로 21% 내려잡았다. 이는 지난 1년간 가장 낮은 목표주가다. 현대증권은 8만8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메리츠증권은 8만6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영업이익 증가에도 지난해 4분기 순손실(391억원)이 많았고 매출 둔화와 호주 로이힐 사업의 불확실성 등이 목표주가 하향 이유로 꼽힌다.
건설사 쌍두마차인 현대건설도 목표주가가 크게 내려갔다. 증권사 12곳 중 9곳이 목표가를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9만원에서 29% 낮춘 6만3180원을 제시했다. 현대증권은 6만7000만원에서 5만5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6만8000원에서 6만원으로 내렸다. 최근 들어 가장 낮은 목표가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의 실적 회복세가 지체될 것이란 전망에 목표가가 20~30% 하락했다"며 "지난해 건설업종 주가가 많은 조정을 거쳤고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주가가 전망치를 웃돌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목표가 조정이 가장 심했다. 지난달 증권사 10곳 중 9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하락폭도 컸다. 이트레이드증권은 기존 9만1000원인 목표가를 37% 내려 5만7000원을 제시했다. 대우증권과 메리츠증권도 목표가를 30% 넘게 조정했다.
지난 2013년 순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4410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 또 해외 저가수주 사업장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GS건설은 1조원대 적자에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지만 불안감이 여전하다. 증권사 10곳 중 6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메리츠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4만69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42% 대폭 낮췄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대우건설은 목표가 조정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지난달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 11곳 중 1곳을 제외한 10곳이 목표가를 유지했다. 삼성증권만 7500원에서 7000원으로 6% 내렸다.
올해 실적 전망치가 밝지 않아 대형 건설사들의 목표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국제 정세불안 등으로 중동지역의 발주가 줄면 건설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메리츠종금증권 김형근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국내 대형사의 중동지역 입찰가능 규모가 1513억달러에서 90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 주택시장에 공급과잉 현상까지 빚어지면 건설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IR 담당자는 "해외수주 불안은 지난해부터 예측됐던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 주가에 이미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살아나던 국내 분양 및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건설사 주가가 추가 조정될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