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개편방안 발표
[뉴스핌=노희준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 및 임직원의 제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민간위원(6명)은 2배수인 12명의 풀(Pool)로 운영된다. 제재심 위원장이 매 회의마다 실제 제재심에 참가할 위원을 풀에서 고르는 것이다. 제재심 전체 위원 명단도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한 제재심 당연직 위원으로 참가하는 금융위원회 직원은 발언권만 행사하고 의결권은 가부동수의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키로 했다. 다만, 제재심을 금감원에서 분리해 독립화하는 방안이나 참관제 및 속기록 수준의 회의록 공개 방안은 도입되지 않아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 과징금 제도 확대 방안 등 좀더 큰 틀에서의 제재심 선진화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 같은 제재심 개편 및 운영방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제재심은 지난해 'KB사태'를 거치면서 결정의 공정성과 구성의 다양성,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그간 당국은 개편방안을 논의해왔다.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 변경이 불필요한 개정 사안은 즉시 시행하고 상반기내 관련 규정 개정 작업과 제재심 위원 추가 위촉 및 명단 공개를 한다는 계획이다.
◆ 민간위원 2배수 풀(POOL)제 운영, 명단 공개
우선 제재심의 민간위원을 2배수인 12명의 풀로 운영하고 소비자보호 및 IT 등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키로 했다. 현재 민간위원은 법조 4명, 학계 2명으로 구성돼 있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미흡하고 외부 로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제 제재심에 참여하는 위원은 민간위원 6명, 당연직 3명의 총 9명으로 유지된다. 민간위원은 제재심 위원장이 매 회의마다 풀에서 위원을 지명한다. 제재심 민간위원의 경력요건도 관련분야 10년 이상 또는 통합 10년 이상으로 상향했다. 제재심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제재심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재심 위원 명단을 공개키로 했다. 다만, 제재심 매 회의시 지명되는 위원 명단은 비공개된다. 제재심 위원이 조치예정 내용을 사전 누설하는 경우 해촉사유로 규정해 내부통제절차를 강화키로 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한해 제재심 논의결과를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제재심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금융위 직원(안건 관련 국장, 과장 대참가능)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서태종 수석부위원장은 "의결권 자체는 보유하되 통상적인 안건에 대해서는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의미"라며 "가부동수인 경우나 법령 유권 해석의 결과가 의결로 이어지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행사토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재에 대한 금융위 결정은 회의체인 금융위에서 하는 게 원칙이기에 금융위 의결이 있기 전 금융위 직원이 의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KB사태 때 금융위는 제재심 애초 결정이 경징계로 나오면서 모피아 출신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봐줬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제재 대상자 심의위원 기피제 도입...자문기구 명시화
제재대상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제재대상자가 특정 제재심 위원의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위원에 대한 기피(위원 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는 위원의 제척·회피사유도 명확히 규정해 내실화를 기했다. 제재에 대한 이의신청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이의신청 사안 심의위원은 풀 가운데 원조치안을 심의하지 않은 위원 위주로 구성키로 했다.
제재심 위상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재심은 '자문기구'임을 규정에 명시하고 제재심을 자문기구 성격에 맞게 운영키로 했다. KB사태 때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중징계'로 상향해 제재결정권자가 제재심의 판단을 번복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재심 결정에 제재결정권자가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제재심 운영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의 주의만 있는 조치안 등 경미한 사안은 제제심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기관주의 조치에 대해 제재심 생략이 가능하다. 동시에 충분한 제재심 논의를 위해 위원에 대한 사전설명제를 도입하고 중대한 안건에 대해서는 제재심을 집중, 연속 개최해 심의기간을 단축키로 했다.
◆ 속기록 수준 회의록 공개 제외..."개선안 미흡 공감"
하지만 이번 개선안이 외부 자문위원을 2배수 풀제로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기자설명회 장에서부터 제기됐다. 일단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제기됐던 속기록 수준의 회의록 공개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현재 금감원은 제재심 회의록을 제재 결정 후 2개월 내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요약본 수준에 그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다.
서 수석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의록 공개에는 제재 대상자의 명예훼손과 권익침해, 심도 있는 위원간의 토의 제한 등 부작용도 있어 공정위나 금융위 등 유사기관의 사례를 참고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2004년 공정위 사례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선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공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과징금 제도 확대 등 더 큰 틀에서의 금융기관 제재 선진화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KB사태 이후 당장 제기됐던 지적 가운데 관련 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으로 가능한 방안 위주로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