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화·싱가포르달러 등, 유로·엔화 대비 강세 과도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아시아 주요국 통화의 강세 흐름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배런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아시아 통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로는 최근 하락세를 보였으나 유로화나 일본 엔화에 대비해서는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 성장과 실질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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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구글파이낸스] |
예컨대 한국 원화의 경우 달러화 대비로는 6% 가량 하락했지만 유로화와 엔화에 대비해서는 각각 13%, 9% 상승했다.
싱가포르달러의 경우 미국 달러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 7.5% 가량 떨어졌으나 글로벌 주요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은 7%,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는 10%대 강세를 각각 보이고 있다.
◆ 통화 강세따른 경제 타격이 유가하락 보다 커
아시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통화강세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크게 둔화됐다. 연율 기준으로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8월 1.4%에서 올해 1월 0.8%로 크게 하락했다.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이들 국가에서 물가가 떨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제유가가 지난해 6월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완화적 통화 정책이 유가 하락보다 직접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킨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시아 주요국의 순수출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20~35%를 차지한다고 보면 통화강세로 인한 타격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GDP 둔화보다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亞 주요국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전망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물가가 하락하자 한국은 기준금리,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각각 인하하는 등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법정유동비율 등을 인하했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는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의미다.
이 같은 정책에도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세와 실질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되자 일부 국가에서는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시중 금리가 떨어지거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필리프 이테르바이드 어먼디 자산운용 글로벌 리서치부문 대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유가 하락세 지속 등으로 FRB가 올해 금리를 쉽게 올리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인도와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