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투자] <1> 올해 연말은 70~75달러 수준으로 반등 전망
[뉴스핌=우동환 기자] "저희도 금년에 유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은 얼마 전까지는 몰랐거든요. 거기에는 수급요인 외에 다른 비경제적인 요인까지 가세를 해서 유가가 움직이다 보니까 예측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제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유가 예측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거래됐던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50달러 밑으로 추락하고 있다. 약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나버린 유가에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고민은 커지고 있다.
유가의 움직임에 당혹스러운 곳은 정책당국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월가의 대표적인 헤지펀드들 역시 예상보다 가파른 유가 하락세에 지난 6개월간 속수무책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야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유가의 바닥이 어디냐를 예측하는 것인데, 최근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향후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는 등 바닥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장기적으로는 반등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바닥 시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분분하다.
최근 유가 하락이 주로 공급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힘겨루기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동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28 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달 21일까지 총 33곳의 투자은행이 내놓은 유가 전망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 가격이 4분기에 이르러 배럴당 72달러(중간값)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IB들이 내놓은 중간값에 따르면 WTI가격은 올해 1분기 배럴당 54.5달러 수준에서 2분기 58달러로 소폭 상승한 뒤 3분기에 이르러 65달러까지 만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45.15달러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IB들의 중간값 전망치들은 9.35~26.85달러 높은 수준이다.
평균값으로 본 유가 전망치는 1분기 55.48달러에서 2분기 59.21달러, 3분기 66.14달러를 거쳐 4분기에는 71.43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기관별 최고치와 최저치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3개 IB 중 가장 낮은 유가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로 1분기 40달러 수준에서 2분기 42달러, 3분기 50달러에 이어 4분기 55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바클레이즈는 1분기 78달러에 이어 2분기 80달러, 3분기와 4분기 모두 91달러 수준을 제시해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바클레이즈가 전망치를 제시한 시점은 지난해 10월 말로, 가장 오래된 전망치라는 점에서 최저치와 최고치의 차이에 큰 비중을 두기는 어렵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비슷한 반등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총 37곳의 글로벌 IB들이 내놓은 유가 전망치를 살펴보면, 1분기 59달러(중간값)에서 2분기에 62달러로 회복한 뒤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68.5달러와 7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6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랜트유 종가는 48.16달러. IB들의 중간값 전망치는 10.84~26.84달러 높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로 1분기 42달러와 2분기 45달러, 4분기 60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3분기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는 산탄데르 UK가 제시한 52.5달러였다.
최고 전망치는 역시 지난해 10월 말 전망치를 제시했던 바클레이즈로 4분기 91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대부분의 글로벌 IB가 올해 유가가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통계에는 빠졌지만,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6개월 뒤 유가가 39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담당 애널리스트는 당장 3개월 뒤 유가가 41달러선에 거래된 뒤 6개월 뒤에는 39달러 수준까지 내려간 후 12개월 뒤에는 65달러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 3개월, 6개월, 12개월 전망치인 70달러, 75달러, 80달러에서 큰 폭으로 조정된 수치이다.
여기에 개리 콘 골드만삭스 대표도 26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가가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유 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 등으로 원유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향후 5~15% 떨어질 수 있다면 원유를 수입하는 신흥국들과 원유 수출국 사이에 명암이 갈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유가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공급과잉 현상은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경쟁구도가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시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OPEC를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다.
이에 OPEC은 원유 공급량을 늘려 저유가 환경을 통해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을 압박하는 '치킨게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미국 역시 당장의 유가 하락에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연준 관료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가 하락이 물가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 등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유가 하락이 러시아와 이슬람국가(IS)에 재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OPEC은 최근 유가 하락에 대해 "바닥을 찍었을 수 있다"며 조만간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26일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현재 배럴당 45~5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어 바닥을 찍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는 맞지만 OPEC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감산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바드리 사무총장은 "유가 하락에 따른 투자 감소가 계속되면 향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유가를 중심으로 한 상품가격의 하락세에 금과 은 등 안전자산에 대한 매수세도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