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혜택 줄어든 것 맞지만 유리지갑에 불리"
[뉴스핌=김지유 기자] '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연말정산에 대해 전문가들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조금 걷고 조금 환급하는 방식으로 바뀐 점, 세 부담의 공평성이 어느 정도 이뤄진 점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고통이 예상됐는데도 대비하지 못한 점, 유리지갑인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 등에 대해서는 지적이 나왔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박 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세금을 미리) 많이 걷어서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주던 체계에서 매달 조금씩 걷어서 환급을 조금하겠다는 (방식으로) 연말정산제도가 2012년 말에 바뀌었다"며 "(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예정된 것인데, (지금은) 연말정산을 하며 납세자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때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러나 "(피부로 느낄 때 아픔이 좀 덜하도록) 미리 떼는 부분(매월 부과하는 세금)을 좀 더 세밀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연말정산에 대한 근로자의 반발은 상대적 불공평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며 "(근로자 사이의 세부담 공평)은 어느정도 이뤄졌지만 (근로자와 자영업자 또는 대재산가 사이)의 세부담에서는 여전히 유리지갑에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제도가 '고소득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구조'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정부는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상위 10% 근로자 160만명의 세부담이 약 1조3000억원 증가하고,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1300만명 가량의 평균적인 세부담은 경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훈 교수는 "최근 고소득자들이 통상적으로 세액공제 등을 받는 폭이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이러한 부분이) 연말정산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말정산은 1년에 내야 하는 세금을 12분의 1씩 걷은 뒤 덜 걷은 부분을 더 걷거나 더 받은 부분을 돌려주는 개념으로, 세금공제 등에서 혜택이 줄어드는 것과 세금을 매월 부과하는 개념이 반드시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안창남 교수는 "정부는 미시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고 소득공평부담에도 충실하지만, 대기업의 부장급에 적용되는 최고세율 38%는 그들의 사장이나 회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5억원 이상의 (소득을 받는) 사람에게는 유럽처럼 42% 이상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나치게 계산이 복잡해 입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나 고의를 불문하고 허위·중복 신고 시 가산세를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훈 교수는 "(고의와 실수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납세자가 빨리 피드백(feedback)을 받아서 미리 (실수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행정적으로 보완해 볼 수는 있는 것 같다"고 제언했다.
안창남 교수는 "고의적이라는 것은 '조세범 처벌법 제3조'에 규정하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의미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다수의 성실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소한 실수에 대해 '무과실 무가산세(no fault no penalty)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