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 `삼시 세끼` `런닝맨` 등 예능에서 활약한 배우 이서진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이현경 기자]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쉽게 무시 할 수 없는 말이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말을 행동으로 입증해 보이는 것은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이 때문일까.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다. 뒤늦게 예능에서 본의 아니게(?)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우 이서진(44)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로 여러 여성의 마음을 녹였던 배우 이서진이 예능 정복을 시작한 건 2010년이다. 그의 대표작은 드라마와 영화로 한정되지 않았다. 예능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10년, KBS 2TV ‘1박2일’의 게스트로 참여한 후 이서진에게 예능의 길이 열렸다. 나영석 PD와 첫 만남이었고 지금으로 말하자면 ‘예능 늦둥이’였다. 당시 ‘1박2일’에서 이서진은 휘날리는 머리스타일에 앉은 자세마다 모델 같은 포즈 때문에 ‘미대 형’으로 불렸다. 그는 촬영 내내 의욕 없는 눈빛을 보였지만 요리면 요리, 축구면 축구까지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1박2일`에서 `미대형` 캐릭터를 가졌던 이서진 [사진=KBS 2TV `1박2일` 방송캡처] |
이서진은 언제든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로 향해야하는 네비게이터 정신으로 완전 무장했다. 제작진과 인터뷰에서는 “꽃할배 시즌2는 없다,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할배들과 함께할 때면 깍듯하게 예의를 갖췄다. 늘 투덜댔지만 할배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이서진은 꼭 있어야할 존재였다. 나영석 PD는 이서진을 ‘꽃할배’에 투입시킨 이유에 대해 “주변에서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꽃보다 할배’는 유럽편, 대만편, 스페인 편까지 방송되면서 인기 행진을 이었고 이서진은 늘 할배들의 곁을 지켰다.
이서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하드한 예능에 들어섰다. 나영석 PD가 본격적으로 이서진을 내세운 극한 예능을 선보인 것. tvN ‘삼시 세끼’를 통해 이서진의 진가가 드러났다. 입으로는 투덜이 대마왕이지만 몸으로는 성실함을 외치는 이서진의 모습이 제대로 비쳐졌다. 이서진은 ‘삼시 세끼’ 제작발표회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망할 것 같다. ‘꽃보다 할배’ 할 때도 망할 것 같았는데, ‘삼시 세끼’는 더 망할 것 같다. 뭐하는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가마솥 들기’를 제안하자 굉장히 싫어하는 표정을 짓다가도 나영석 PD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에는 포즈를 취했다.
이서진은 ‘삼시 세끼’에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원도 정선에서 유기농 재료를 가마솥에 직접 불을 붙이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대접하는 고기 값 대신 수수밭 노동으로 빚을 해결해야 하는 고된 일에 툴툴댔지만 성실하게 잘 해냈다. 그리고는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직접 맷돌로 내린 커피를 전하고, 영하까지 떨어진 기온에 추울까 아궁이를 확인하고, 염소 잭슨의 집까지 지어주는 등 까칠하면서도 정에 약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나영석 PD와 혹독한 예능기를 견딘 이서진은 11일 방송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도 활약했다. 이서진은 “런닝맨 싫었는데 더 싫어졌다”고 강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럼에도 또 그는 어김없이 주어진 미션에는 최선을 다했다. 같은 팀인 유재석과 그물망 통과 후 어부바를 한 채 신발을 바구니에 넣어야 하는 첫 게임에서는 관심 없는 듯 ‘무의욕적 태도’로 유재석을 애타게 하다가도, 상대팀인 송지효의 신발이 바구니에 들어갈 기미를 보이자 잽싸게 발을 갖다 대 반칙을 하는 등 까칠함 속에 강한 승부욕을 내비쳐 폭소케 했다.
이서진과 `런닝맨` 촬영장을 찾은 그의 조카[사진=SBS `런닝맨` 방송캡처] |
이어 그는 이서진을 예능에 섭외한 이유에 대해 “그런 솔직한 면이 재미가 있었고 대중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나영석 PD는 이서진을 ‘투덜이’ 캐릭터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이서진을 ‘투덜이’ 캐릭터로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의무감 있는 사람이다. 다만 표현이 서툰 편인 것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말을 먼저 뱉지 않고 그냥 행동하는 배우 이서진. 그가 런닝맨을 통해 한발 더 대중에 다가갔다. 시청자들은 어김없이 이서진 식 소통에 마음을 열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