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원내대표 간 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렸다고 보면 되겠죠."
국회 안에 또 다른 국회가 있다는 얘기가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특별법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뜨거운 감자인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까지 굵직한 이슈에 대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딱 이런 답이 돌아왔다.
모두 여야 지도부의 말 한 마디, 손동작 하나하나에 좌지우지된다. 당론과 당론이 충돌해 공전을 거듭하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통해 '빅딜'이 이뤄진다. 그러면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에 따라 거수기 역할만 하는 형세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라고 말하면서도 국회에서 보이는 모습은 거리가 멀다.
6일 오전 국회의 주요이슈는 여야 원내대표 간 새해 첫 주례회동이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와 산하 국민대타협기구 ▲서민주거복지 특위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해소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시킬 대상 범위 ▲자원외교 국정조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쥐락펴락한 이 사안들의 발단 역시 지도부 손 안에서 맥락이 결정됐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2월23일 국회내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및 산하 국민대타협기구, 자원외교 국조 특위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비선실세 관련자들을 오는 9일 운영위에 소집키로 한 것 역시 여야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며 엿새간 파행됐던 임시국회가 정상화로 돌아설 수 있었다.
이밖에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처리 ▲담뱃값 2000원 인상 합의 ▲누리과정 예산안 문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연장 등 서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사안들도 두 원내대표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다뤄졌다.
여야 지도부, 특히 원내대표는 이견을 빚는 사안들에 대해 협상을 이끌고 조율하라고 있는 자리다. 정당 중심의 현 정치체제에서 당론을 정하고 소속 의원들이 그에 귀기울이는 일 역시 중요하다.
문제는 298명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다양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유가 잘 보장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지도부가 당론을 결정하고 협상에 나선 뒤, 뒤늦게 의원총회를 통해 찬반여부를 묻는 모습에서 어쩐지 '주객전도'의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는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미운털이 박히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하향식 의사결정의 구조 환경 등 한국사회의 해묵은 문제들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 개개인의 노력과 반성,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지도부가 어떻게 결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당 지도부에 분명히 전달할 생각입니다."
당 지도부의 손가락 끝만 쳐다보지 않고 소신을 당당히 피력할 수 있는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