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러시아 루블 외환 파생거래 승인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12월 중순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던 러시아 루블위기가 최근 빠르게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와 관련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26일부터는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 간 외환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키로 함에 따라 배경이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각) 금융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0월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과 1500억위안(약 26조원) 규모의 통화 스왑 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번 주부터는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 투자에도 스왑자금 적용을 용인한 시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중국이 향후 루블화 가치의 추가 폭락시 손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에도 스왑체결 한도 내에서는 이를 감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조치가 나온 시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국제유가 급락을 이끌어 사실상 러시아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과 맞물렸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 루블화에 대해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매수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16일 장중 달러당 80루블까지 통화가치가 폭락했으나 지난 23일 장중 달러당 51루블까지 회복한 뒤 30일 현재 장중 달러당 59루블 수준에서 등락을 보였다.
최근 러시아 루블 위기의 빠른 회복 배경에는 러시아 정부가 금리인상과 외환시장 개입 등의 조치를 취한 부분도 있지만 중국의 외환 파생상품 스왑결제 허용 조치도 크게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선물 거래는 거래 상대방이 파산하거나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거래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30년간 4000억달러(약 434조원) 규모의 초대형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교역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중국이 26조원 한도 내에서는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으며, 러시아가 최악의 디폴트 상황에 빠지더라도 천연가스 등 현물로 받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원조 선언에 러시아 루블화에 대해 공격적 매도포지션을 취했던 투기적 헤지펀드 세력들이 한발짝 물러난 양상이 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러시아와의 통화스왑으로 중국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이 풀고 회수하는 것은 모두 위안화이므로 환율 리스크가 없다"며 "정기적으로 양방향 환율 변동을 조정하게 돼 상대방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원칙적 수준에서 해명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러시아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 등 서방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금융위기 순간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 위기를 새로운 위안화 입지 강화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28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 위안화가 글로벌 공용통화로서 부각될 수 있는 입지를 넓히고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