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피하고, 민간 출신 회장 고려한 듯
[뉴스핌=전선형 기자]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의 금융협회들이 그동안 ‘낙하산 인사’ 전용 자리로 인식됐던 부회장직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방안을 가장 먼저 당국에 건의한 곳은 손해보험협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관피아(관료+마피아)’·‘금피아(금감원+마피아)’라는 해묵은 논란에서 벗어나고 특히, 12년 만에 민간 출신 회장이 선출된 만큼 ‘낙하산 부회장’에 따른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협회가 부회장직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가장 먼저 전달했다. 이는 장상용 부회장이 내년 1월 15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회장직 폐지가 확정될 경우 손보협회는 조직 총괄 직책을 만들고 내부 승진자 위주로 조직을 운영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손보협회의 부회장 자리는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대대로 꿰차왔다.
실제 지난 2005년 선임된 김치중 전 부회장은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 출신이며 2008년 선임된 이춘근 전 부회장(현 보험대리점협회 회장)도 보험감독국장을 지냈다. 장상용 현 부회장 역시 금감원 감사실 국장 출신이다.
손보협회는 부회장직을 없애고 상무 3명 중 수석 상무를 세우는 방안과 셋 중 한 명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 경우 이득로 자동차본부 상무가 유력한데, 연배가 제일 많고 상무직도 6년 동안 유지했기 때문에 자리 이동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이렇게 부회장 자리를 없애고 수석 상무 또는 전무직을 마련하기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보협회 부회장 자리는 2007년에 만들어졌다”며 “그전에는 전무 자리가 존재했는데 감사원 출신들이 내려왔었다. 김치중 전 부회장 때부터 전무 직책이 부회장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출신들이 부회장으로 오면서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정부 의견을 쫓아다녔던 게 사실”이라며 “사실 이번에 관피아나 금피아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부회장들의 출신도 함께 지적됐다. 때문에 정피아나, 민간출신이 오느니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게 손보협회 의견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보협회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사안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생명보험협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보협회 부회장 직급이 생긴 것은 2007년인데, 초대 부회장인 박창종 현 푸르덴셜생명 감사는 보험감독국장 출신이고, 내년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오수상 현 부회장도 금감원 런던사무소장을 지냈다. 금감원 출신이 오기 전에는 재정경제부 출신들이 부회장(전무) 자리를 차지해 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현재 저금리 기조와 각종 규제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중대한 시기에 비보험인이 협회 요직을 차지한 채 업계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 자리를 없애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부회장직 폐지를 지지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