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수당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재충전 기회로 사용 직장인 늘어
[뉴스핌=김기락 기자] #1 대기업에 다니는 A 씨(39세)는 지난 19일 미국으로 출국해 내년 1월 3일 돌아온다. 휴일을 포함, 장장 16일간의 해외여행에 나선 것이다.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본인을 위한 ‘선물’이라는 게 그의 귀띔. 연말에 연차를 몰아 쓰는 것이다.
#2 S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H 씨(31세)는 최근 7박8일간 스위스를 다녀왔다. 스위스에서 아버지와 함께 몽블랑을 등반, 부자간의 정을 돈독히 다졌다. 입사 후 첫 장기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귀국 후 남은 연차가 ‘0’이 됐지만 장기휴가 후 업무 효율이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및 SK 등 주요그룹은 직원들에게 연차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남은 연차를 소진해 재충전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생산시설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연말 휴가에 들어갔다. 수원사업장은 내년 1월1일까지 2개조로 나눠 연차를 쓸 수 있고, 광주(생활가전) 사업장과 구미(휴대폰) 사업장은 25일부터 1월1일까지 8일 동안 쉰다. 다만 반도체 라인의 경우 연중무휴로 공장이 가동되는 만큼, 개인별로 쉬는 분위기다.
LG그룹은 24일부터 1월1일까지 계열사 및 부서별로 연차 사용이 가능하다. 징검다리 휴일인 1월2일도 쉴 경우 12일 동안 장기휴가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법적으로 쉬는 연차인데 눈치볼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2주 동안 연차를 내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연차 소진에 적극적이다. SK건설은 이달 30일과 31일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회사에서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내도록 장려했다”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26일이 샌드위치여서 몇몇 계열사가 연차를 유도하고 있다”며 “1월2일은 새해 첫날인 만큼 안 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6일이 공식 휴일은 아니지만 연차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땅콩회항’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대한항공은 전 임직원이 ‘가시방석’인 만큼, 연차 관련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 LG상사는 24일 종무식 후 31일까지 총 7일간 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내달 2일에 공식적으로 쉰다.
이들 기업은 연차를 통해 직원들의 재충전과 연차 미사용에 따른 비용 지출 감소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각 부서장들이 먼저 연차 신청을 하면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차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1월 조직 개편 등을 앞둔 만큼, 연초 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연말에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남은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채 한해를 마감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취업포탈 사람인 설문 조사 결과, 지난해 연차를 모두 소진한 비율은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상사와 동료 눈치 47.9% ▲과중한 업무 31.4% ▲다들 안 쓰는 분위기 30.6%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차를 다 쓸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으로, 연차 사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