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열풍을 일으킨 영화 ‘역린’, ‘군도’, ‘명량’ ,‘해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핌=장주연 기자] 올 한해 한국영화계는 그야말로 다이나믹했다.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든 천만 영화가 두 편(변호인, 명량)이나 탄생했으며, 할리우드 대작들의 거센 공세에 푸념만 늘어놔야 했던 작품들도 부지기수였다. 희비가 교차했던 2014 충무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영화에서 역사를 보다…사극 열풍
먼저 2014 한국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사극’이다. 퓨전 사극, 전통 사극 등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 것. 사실 올 상반기 ‘변호인’의 흥행 이후 한국 영화의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여름 극장가에 사극 열풍이 불었다. 성공적인 흥행 성적으로 의도치 않게 여름철 성수기, 공포영화의 설 자리도 빼앗는(?) 모양새가 됐다.
사극 열풍의 시작을 알린 건 ‘역린’이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는 스타 PD 이재규 감독이 스크린 데뷔작이자 배우 현빈의 군 제대 복귀작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젖어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역린’은 기대와 달리 괄목할 만한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국내 손꼽히는 메이저 배급사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대로 사극을 내놓았다. 이중 CJ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명량’은 1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극장가에 흐름을 바꿨다. 그 기세를 몰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작 ‘해적’ 역시 866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에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원작을 새롭게 탄생시킨 영화 ‘해무’, ‘두근 두근 내 인생’,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해무’[사진=NEW, CJ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다우기술 제공] |
■가족愛를 건드려라…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도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먼저 형제애를 강조한 ‘우리는 형제입니다’, ‘덕수리 5형제’가 각각 10월과 12월에 개봉, 형제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부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경우 지난 10월 개봉 당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만족할만한 성적을 냈다.
물론 ‘가족’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이자 영화의 단골 소재인 모성애도 빠지지 않았다. 김희애, 고아성-김향기의 모녀 호흡이 돋보였던 ‘우아한 거짓말’이 그렇게 관객을 울렸다. 생애 첫 모성애 연기에 도전한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 역시 우리의 가장 취약한 감정인 모성애를 건드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관객의 눈물샘을 가장 많이 자극한 것은 부성애 코드였다. 올 극장가에서는 유독 아버지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 시작은 정재영, 이성민 주연의 ‘방황하는 칼날’이었다. 이어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대표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 아버지로 연기 변신을 꾀하며 관객을 울렸다.
더욱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작정한 듯 부성애 작품이 쏟아졌다. ‘나의 독재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국제시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5년 만에 나란히 스크린에 복귀한 이해준, 윤제균 감독 모두 영화의 기저에 가족애가 깔린 작품으로 관객을 찾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부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나의 독재자’,‘아빠를 빌려드립니다’,‘국제시장’[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플러스엠,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원작의 재탄생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특히 이번에는 그 원재료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내·외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웹툰), 연극, 영화 등 활용하는 콘텐츠는 다양해지고 범위는 넓어졌다.
먼저 ‘우아한 거짓말’, ‘두근두근 내 인생’,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경우 각각 김려령, 김애란, 홍부용 작가의 동명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반면 박유천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해무’는 동명의 연극을, ‘패션왕’은 온라인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기안84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표적’,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경우,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0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한 ‘표적’은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을 따라가되, 창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한층 더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역시 지난 1990년을 관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박중훈-고(故)최진실 주연, 이명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동명의 영화를 2014년 판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시켜 2030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무리는 오는 31일 개봉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맡았다. 국내 최초 영미권 작가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오는 1월 개봉 예정인 이민기, 여진구 주연의 ‘내 심장을 쏴라’와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허삼관’ 역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 재해석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