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시 중동보다 미국·캐나다 등 생산단가 손실 커
[뉴스핌=배효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생산현장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
IMF의 분석은 22일(현지시각)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져도 필요하다면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주목된다.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중동이코노믹서베이(MESS)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감산에 나설 경우 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도 “러시아, 브라질, 미국 등 경쟁국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감산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지난 주말 반등했던 유가는 다시 큰 폭으로 내려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유 선물이 이날 오전 배럴당 55.43달러를 기록하며 약 3% 하락했다. 런던시장의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2% 이상 빠져 60.05달러에 거래됐으며 장중 한때 60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라바 아레즈키 원자재 리서치팀장은 “최근 유가 하락 원인의 65~80%는 공급에 있다”며 리비아 생산 재개와 이라크 공급 확대를 그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에 제한적이었던 통화가치 압력의 불안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OPEC 걸림돌은 공급·수요 불확실성과 수퍼달러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은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비OPEC 회원국들의 등장으로 공급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수요가 줄어든 것이 더욱 큰 문제다.
OPEC은 지난 10일 월례 보고서에서 내년 전 세계 원유 수요가 일일 2890만배럴로, 올해 2940만배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퍼달러의 영향도 적지 않다. 유가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달러가치는 올라간다. 강달러 쇼크다. 유로존이 경제 불황에서 허덕이고 중국 등 일부 신흥국들의 성장세도 둔화된 탓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G-10 외환 총괄은 “현재 유가 하락은 강달러로 인한 수요 감소는 1990년대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OPEC vs 신흥 산유국 대결…관건은 생산단가
IMF는 원유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전통적 원유 생산체인 OPEC 대 미국 셰일가스 및 캐나다 오일샌드 등 비전통적 원유 생산국 간의 대결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공급과 수요의 불확실성 및 강달러 쇼크에도 원유 생산 비용이 낮다는 점이 중동 산유국에는 이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노르웨이 에너지전문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OPEC의 원유 생산비용은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오일샌드에 비해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1배럴 생산을 기준으로 중동은 평균 손익분기점이 29달러인 반면,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오일샌드는 각각 62달러와 74달러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유가(60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중동을 제외한 어느 곳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셈이다.
IMF는 “OPEC 주축국인 사우디의 의중이 중요하다”며 “사우디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과 캐나다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저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선순환 효과를 긍정하면서도 국제금융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돼있다는 점을 감안해 금융위기 전염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