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평 "두 은행 소명 듣고 12월 중 등급 변경 결정"
[뉴스핌=우수연 기자]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점유율 하락이 지속되자 신용평가 업계에서 한국씨티·SC은행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이스신평)는 '외국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실적차별화가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가 이슈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은 해당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며, 이는 곧 신용등급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9일 나이스신평 관계자는 "외국계 시중은행의 현재 등급이 적정한가에 대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해당은행으로부터 소명을 들은 다음 회의를 거쳐 재평가할 예정"이라며 "평가 후 현재 등급이 적정치 않다면 등급 또는 전망이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나이스신평은 리포트 발간 이전 두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한 차례 면담을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들었으며, 리포트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은행의 소명을 듣고 12월 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지방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AAA/안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나이스신평이 외국계 시중은행의 신용등급(AAA/안정적)을 하향 조정한다면 전반적인 신평업계에서도 등급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혁준 나이스신평 금융 전문평가위원은 최근 외국계 시중은행 신용등급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하며 시장점유율, 자산증가율, 자금조달, 자산운용, 영업망, 순이익 및 ROA(총자산순이익률), NIM(순이자마진), 비용효율성(판관비/총자산),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글로벌 그룹 내에서의 한국 사업의 위상 변화 등으로 분류해 조목조목 분석했다.
◆ 외국계은행, 시장점유율 하락세나 차입 부채 증가
외국계은행의 시장점유율이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외국계 시중은행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 2011년에는 지방은행이 외국계 은행을 추월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지방은행의 시장점유율은 7.9%로 올랐으나, 씨티·SC은행은 5.9% 수준에 그쳤다.
반면, 두 외국계은행의 차입부채 비중은 여타 시중은행들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예수금위주의 자금 조달 구조가 차입(은행채 발행 등)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말 시티·SC은행의 자금조달총액에서 차입부채 비중은 33.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평균은 26.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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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SC은행 자금조달 구성 추이 <자료=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나이스신용평가> |
다만, 자본적정성의 경우 외국계 시중은행이 우월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9월 말 BIS자본 비율(총자본비율)은 SC은행이 16.28%로 가장 높다. 하지만 이것도 자산성장이 정체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위원은 "두 은행의 BIS자본비율은 수치상 우수한 수준이나 내용적으로는 자산감소가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자본의 효과적 활용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씨티·SC은행…그룹 내 한국사업 중요도 축소
신용등급 변경을 검토하는 또하나의 주요한 요인은 전체 글로벌 그룹내에서 한국 사업의 비중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씨티·SC은행은 모그룹의 구조조정 및 사업개편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저축은행과 캐피탈 사업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을 진행 중이며 씨티그룹도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의 매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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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트 그룹내 한국SC은행 자산 및 세전이익 비중 <자료=SC은행 공시자료, 나이스신평> |
이 연구위원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내에서 한국SC은행의 자산 및 이익 비중이 큰 폭으로 저하되고 있는데 이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중화권 자회사가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한국SC은행의 실적악화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전체 실적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어 과거 그룹 내에서 핵심기업중 하나였던 위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그룹의 지원 가능성은 줄어드는 가운데 배당금, 해외용역비 또는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모그룹에 대한 지급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씨티은행의 해외용역비 부담비율[해외용역비/(세전이익+해외용역비)]은 최근 10년 14.6%에서 최근 5년 20.7%로 높아졌다.
또 한국SC은행의 경우 최근 1조원이 넘는 배당금 지급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거액의 배당금 송금이 논란이되자 1500억원으로 올해 중간배당 규모를 확정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적자 시현 중인 상태에서 대규모 배당금 지급을 추진하는 것은 모그룹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거나 한국에서의 사업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