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 불가피.. 가계부채 장기 구조적 대책 필요"
[뉴스핌=정연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주장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대응보다는 구조개혁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K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열린 1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KDI 보고서 내용에 대해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하고 있고 물가도 1%대, 코어인플레이션은 2%대라고 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면서 "3%대 성장과 1~2%대 물가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으며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유가변동폭이 너무 크고 원/달러 환율 상승을 고려하면 지난번보다 낮출 요인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다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 현안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자는 일부 의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내외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가계부채 급증 리스크가 있고 물가성장률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되는 리스크가 있다. 두 가지 리스크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두는가. 또 최근 KDI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최근 디플레이션 논란 우려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그에 따라 실물경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상황을 염려하기보다는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되는 점을 우려하는 뜻에서 말했다고 이해한다. 3%대 성장과 1~2%대 물가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로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지 않나 싶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원인을 먼저 봐야 한다. 물론 저성장·저물가 (원인에는) 경기 순환요인이 있을 수 있고 구조요인도 복합돼 있다고 본다. 통화당국에서는 금리를 두 차례 낮췄고 금융 중개 지원 대출제도를 활용해서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는 노력을 했다. 정부도 다각적인 정책 지원으로 경기 살리려는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경기 순환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최근 아베노믹스가 주춤한 것은 통화정책에 의존한 정책을 편 결과며, 90년대 중반 이후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된 것도 일본경제가 구조적 요인을 치유하지 않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저성장·저물가에 통화정책 대응도 필요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저물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 국회 입법 조사처가 가계부채 급증을 거론하면서 주 원인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들었고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해외자금 이탈 우려가 많아 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의 순작용보다 부작용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김중수 전 총재가 올해 말이면 GDP갭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마이너스다. 언제쯤 플러스가 될 것이라 보는가.
- 금리 두 차례 내릴 때 가계부채나 자금 이동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예상하고 내렸던 조치였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금리 조정에는 기대하는 효과도 있고 코스트 측면에서 이해를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최근 외국인 자금은 이탈 흐름은 없고 유입되는 쪽인데 내년 유출 우려가 확대되는 것은 내년도 국제 금융시장 변화, 특히 국제금리 움직임에 좌우될 것이라 일반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내외금리차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늘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 그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GDP갭 플러스 전환에 대해서는 조사국에서는 10월 전망을 내놓을 때 내년 하반기 쯤이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 시기라고 하는 것은 고정된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3.9%)를 달성가능하다고 보는가. 한은이 판단하는 잠재성장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이전 판단보다 낮아진 것은 아닌가
- 10월 초 3.9%를 제시했는데 전망이라고 하는 것은 여건이 바뀌거나 일반 전제변화가 있으면 전망치가 바뀔수밖에 없다. 두 달간 변화를 보면 3.9%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힘들겠다는 생각이다. 그 사이에 변화가 컸다.
(대외 상황을) 고려해서 다음 달에 전망치를 내놓고 그때 자세히 말하겠다. 고령화 시대, 인구부족하고 노동력도 부족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부진이 쭉 이어져 온 점을 생각하면 방향 자체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장기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 시기를 선제적으로 예상하고 먼저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고 난 후에 우리나라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또 최근에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데 한은 물가전망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 내년 중반 이후 미국 금리가 인상 족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어떤 속도로 할지는 이야기 할 수 없고 미국 Fed 정책을 미리 예단해 움직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여진다. 대신 미국 금리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그널은 나올 것이다. 계속 모니터링 해가면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모형에 따르면 원유 도입단가가 10% 떨어진다고 보면 연간 소비자물가를 0.2% 낮추는 것으로 모형분석 결과가 나온다. 유가가 하반기 3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물가를 상당폭 낮추는 그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통화정책도 여전히 가계부채에 관심을 가지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가. 그리고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엔저를 과도하게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던데.
- 가계부채 증가폭이 커진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해 감독당국에서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 했을 때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과정을 거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예상했다. 사실상 금리정책을 할때는 가계부채만 놓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줄어든다고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엔저 문제는 심화되면 일본기업과 경합을 해야 하는 기업 쪽 산업이 분명히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다. 엔저에 따른 특정 산업에 대한 타격은 전체적인 흐름으로 간과할 것은 아니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한 번 되잡을 필요가 있다.
▲ 중국 금리 인하 조치 이후 정책기조가 대세적으로 추가 인하를 동반하는 완화기조 들어가는것인지 아니면 일회성 조치라고 평가하는가. 그리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할때는 과거와 같은 조건으로 내려야 하는건지, 그것보다 중요한 상황변화가 요구되는가.
- 중국 인민은행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말하기는 좀 어렵다. 일회성에 끝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인하 질문 관련) 마치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제하고 답변하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 중국 금리 인하가 한은 금리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물가 목표치(2.5~3.5%)를 수정할 계획이 있는지, 조기 수정 가능성이 있다면 연초에라도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또 엔저 관련 영업 전략의 영향이 나타나 있다고 보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국 금리 인하 후 위안화 환율에 다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만약에 인민은행 통화정책 기조 자체를 많이 바꿨다면 환율도 변화가 나타났을 것이다. 기조 변화가 있다고 하면 정책 운영에 참고하겠지만 인하하고 나서 이렇다할 금융시장 외환시장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기 아직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본다.
물가 목표치를 바꾸더라도 적정 물가를 추정해야 하는데 추정하기에는 대외여건 변동성이 커 단기적인 변화로 적정물가를 모색하기 어렵다. 조기에 바꾸기 보다는 여러가지 구조변화를 반영해서 우리 경제에 맞는 적정 인플레 물가를 2016년부터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엔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향상됐고 미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심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현재로서 엔저 부정적 영향이 아직 안나타나고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 세일에서 일본 전자나 자동차 업계가 할인 경쟁으로 공략하긴 했는데 특정사안인지 일본기업의 마케팅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데 그 부분은 우려해야 할 사항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무엇이 있는가. 가계부채에 구조적 문제가 있으면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가. 또 금융중개지원대출이 10조를 넘어서고 증가하고 있는데 실물경제에 돈이 못돌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처분 소득 부채비율을 보면 그 비율이 160%를 넘었다. 다른나라에 비해 높고 올라가는 추세도 빨랐다. 가계부채 상황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과제인 것을 인식하지만 성장모멘텀 심리를 살리려고 하는 그런 목적이 우선시 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미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실상 파악을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계부채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게 가계부채 문제해결의 큰 시작이 될 것이다.
중개지원대출제도를 늘려서 5월부터 집행했다. 설비투자촉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경기 부진업종 지원을 목적으로 확대했는데 물론 중소 기업만을 타겟으로 했다. 시중에서 돈이 안돈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용총량이 부족하기 보다 금융기관 신용경계감 때문에 신용도 떨어지고 업황이 부진한 기업에게는 총량과 관계없이 애로를 겪을 수 있다.
▲ 통방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에 '상당기간' 문구가 들어갔다. 그런데도 마이너스 GDP갭 문구가 그대로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정경제전망을 하향 조정 할 것으로 시사했는데 유가 하락에 경제성장률에 어떻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가.
-GDP갭 문구를 그대로 뒀다고 하는건 앞뒤가 안맞는 표현은 아닌 듯 하다. 전망을 하향 조정 시사했다고 했는데 유가 하락을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률에는 플러스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번 전망에 비해 상방리스크,하방리스크가 다 존재한다. 전망작업을 하고 있난 단계라 어느쪽 한 방향 시사하는 것처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