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 ECB 정책 불신 확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또 다시 유로존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부채위기 당시에 비해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 안정을 찾는 듯 보였던 그리스는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된 동시에 정국 혼란이 발생, 9일(현지시각) 위기 당기보다 큰 폭의 주가 급락을 연출한 동시에 유로존 증시에 강한 하락 압박을 가했다.
이날 그리스 증시는 1987년 이후 최대폭으로 내리 꽂혔다. 주식시장의 ASE 지수가 무려 13% 폭락했고, 3년물 국채 수익률은 176bp 폭등한 8.23%를 기록하며 10년물 수익률을 넘어섰다.
그리스 거리 시위[출처:신화/뉴시스] |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조기 대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리스의 대통령 선출은 의회에서 이뤄지며, 1차 투표에서 300명 정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대선 결과에 대한 해외 언론과 투자자들의 전망은 흐리다. 사마라스 총리가 가결 요건인 180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1차 뿐 아니라 5일 뒤 치러지는 2차 투표와 이후 3차 투표에서도 대통령 선출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연정이 붕괴되면서 정치권 혼란은 물론이고 EU의 구제금융 요건 이행에 차질이 발생, 경제 및 금융 측면의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브뤼셀 연구소의 니콜라스 베론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보기에 이번 조기 대선 결정은 전통적인 그리스 좌파보다 급진적인 움직임에 해당한다”며 “정국 혼선이 매끄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의 이른바 ‘바주카’에도 부채위기 국가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그리스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로존 주식시장이 일제히 급락한 것도 이 같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그리스 야당이 이번 정국 혼선을 통해 힘을 얻게 될 여지가 높고, 이 경우 그리스의 채무 완화 압박을 강화하면서 유로존 회원국 및 EU 정책자들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 경제는 지난 6년간에 걸쳐 침체를 기록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그 밖에 주변국 역시 기초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았지만 이들 주변국의 부채가 일제히 늘어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그리스 사태는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