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기준금리 전망, '만장일치 동결' 지배적
[뉴스핌=정연주 기자]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12월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하 해법이 필요한 저물가가 여전하고 인상 해법이 필요한 가계부채 문제도 심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편한 금리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서 특정 시그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때마침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재차 불거져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연말이라는 시기상 내년 전망도 할 필요가 있어 12월은 한은이 일종의 방어 전략을 구사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 시점 등이 더 뚜렷해질 내년에야 금리정책 방향을 예측하게 하는 '깜빡이'를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용해진 정부, 한은 '구조개혁론'에 동참
민감한 금리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본인의 압박수위가 과했다고 느낀 것인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오히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하는가 하면,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의 한계를 언급하며 주장했던 '구조개혁론'에 동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최근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가 달라진 정부 측 스탠스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연 2.00%) 수준이다. 10월 두 번째 인하 당시 시장 안팎에서 한은을 두고 '할 만큼 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굳이 인하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금통위 내부 의견들이 매와 비둘기 양극단으로 갈린 듯하다"며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엔저나 물가 이슈를 근거로 이야기할 텐데 현재로써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 발언을 놓고 보면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내용에 의문이 드는데, KDI 보고서가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인지 의사결정 자체에 미스매치가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요즘 글로벌 중앙은행들보다 한은이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것 같으며 이는 한은이 그간 등떠밀리기식으로 인하를 했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물가·부채 모두 지켜봐야" 신중론에 힘 실릴 듯
한은도 당장은 디플레이션 이슈를 근거로 통화정책 대응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한 KDI 보고서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그 외 물가에 대한 질의가 나올 때마다 한은 고위관계자들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계부채 규모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물가와 부채를 동시에 떠안아야 하는 한은의 복잡한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현장. 한은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00% 수준으로 동결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
관례로 리먼사태 이후 12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적이 없다는 점도 이달 동결 결정의 근거로 꼽혔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결정을 하면서 굳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표현해 인하 시그널을 주기보다 좀 더 가계부채에 포커스를 둘 것 같다"며 "저물가는 담뱃값 인상 이슈로 어느 정도 희석될 듯싶으며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두 번 내리고 나서 은행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인하 효과가 없는 상황은 아닌 것 같으며 수출이나 기업 설비투자 수요가 줄어든 점을 통화정책으로 커버해야 하냐는 관점에서 한은 내 비둘기와 매가 싸우고 있다"며 "11월 의사록 내용만 봐도 두 번 인하한 정책 효과를 확인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며 말했다.
때마침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여 미국 금리 인상 우려를 부추기고 있는 만큼 비둘기 위원들이 강하게 의사를 표명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옐런 미 연준 의장이 내년에도 제로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입장을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기도 하고 금리를 인하한다면 초이노믹스가 실패하고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확실해지는 1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더 고꾸라진다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도 일제히 완화책을 들고 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외국계은행 A 딜러는 "한은의 속내는 예전부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을 것이며, 이제는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수입물가가 꾸준히 낮게 나오고 있는데 이 정도 하락 속도라면 내년 초 근원물가상승률은 1%를 밑돌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내년쯤 디플레이션이 화두가 돼 추가 인하를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