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기회유용", "PX·PTA 부진…실적 제한"
[뉴스핌=이준영 기자] 한화케미칼이 한화에너지와 함께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화케미칼의 사업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승계구도 작업을 위해 한화에너지에 인수 기업의 알짜 사업을 몰아줄 수 있다는 것.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의 회사다.
◆ 한화에너지가 사업기회 유용?
시장에서는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인수에 대해 한화케미칼의 사업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함께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한화에너지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 작업을 위해 인수 회사의 알짜 사업들을 한화에너지로 몰아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에너지는 한화S&C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한화케미칼을 위한 인수가 아니다"라며 "시장에는 한화S&C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화케미칼 입장에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이 50%인 삼성토탈의 NCC(나프타분해시설) 등 실적이 좋은 사업들을 한화에너지로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학 사업과 관계없는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함께 인수함에 따라 한화케미칼의 사업기회가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삼성종합화학은 석유화학 회사이므로 한화케미칼이 단독 인수해야 한다. 그런데 인수 주체로 화학 사업과 관계 없는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포함시켜 한화케미칼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이라며 "한화에너지 또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데 한화케미칼은 자회사들을 이용해서 단독 인수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이번 인수는 총수일가 회사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그룹이 한화S&C를 통해 3세 승계구도를 만들고 개별시장에서의 독과점 형성 및 국민경제 차원에서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에 한화케미칼 주가는 지난 11월25일 1만3400원에서 지난 1일 1만2100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소폭 회복했다.
이번 인수 결정이 승계 구도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김 회장의 자녀들 중 누가 후계자가 될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후계 구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시장에서 나오는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지난 11월26일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종합화학 인수 건의 경우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26.85%를 508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29.16%를 5519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최근 1년 주가 추이
◆ PX·PTA 부진…"실적 개선 제한"
한화케미칼의 삼성종합화학 인수에도 불구하고 PX(파라자일렌)와 PTA(텔레프탈산) 부문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PX, PTA 등 화학섬유체인의 부담과 낮은 지분율로 이번 인수에 따른 이익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토탈은 1조7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지난 7월 100만톤 규모 PX설비를 증설한 이후 PX업황의 공급부담에 따라 신규설비 증설에 따른 이익 개선폭이 제한적"이라며 "(구)삼성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과 합병)의 PTA부문 손실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단기내 업황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화케미칼은 지분율 26.8%로 지분법을 통해 이익을 반영하게 되며, 50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비해 실질적인 이익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규원 연구원도 이번 인수의 대표 제품인 PTA에 대해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PTA 신규 증설 물량만 연간 1000만톤에 달한다. 반면 삼성종합화학의 생산능력은 200만톤 수준이다. 이에 PTA 판매 가격 하락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황 연구원은 "PTA 공급 과잉으로 삼성종합화학의 부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