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13.5조 증액...예산 심의 투명화 필요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역구 의원의 지역구 예산챙기기는 어찌 보면 숙명입니다. 그거라도 해야 지역에 할 말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야당의 한 3선 중진 의원은 이렇게 고백했다. 그는 "지역에서 올라오는 각종 민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도로나 체육관 시설과 같은 눈에 보이는 예산을 챙기는 것이 '약발'이 가장 확실하다"며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지역 예산 따오는 것은 국회의원의 가장 큰 임무중 하나"라고 말했다.
▲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최근엔 '카톡 예산'으로도 불리는 쪽지예산은 국회 상임위의 해당 정부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선 없던 항목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에 은근슬쩍 끼워넣어지는 예산을 말한다.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여야 의원들간 친분관계와 실세 의원의 경우 '힘의 논리'에 따라 편성되기 때문에 전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여야 모두 해마다 "쪽지 예산 근절"을 외쳤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각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실제 사업금액보다 두 세배 많게 일단 심의에 밀어넣은 뒤 예산안조정 소위 심사에서 삭감 당해 최소 10~20%만 챙겨도 의원들은 지역구에 '할 말'이 생긴다. 올해 역시 그런식으로 상임위에서 증액된 예산이 13조 5690억원이다.
특히 도로나 하천, 다리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에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올해 국토위는 국토부가 제출한 예산에서 3조 원 넘게 증액해서 예결위로 올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지역구에서 올라온 민원 중에 오래됐고 시급한 사업 위주로 서너 개를 올렸다"며 "그 중에서 한 두개만 채택돼 예산에 반영되면 지역구민들한테 체면치레는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국회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쪽지예산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소극적이다. 의원입법으로 쪽지예산 근절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쪽지예산'을 무조건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상임위 차원에서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업을 실세 의원이 슬쩍 끼워넣기 하는 것이 문제지, 지역구 의원이 지역을 챙기겠다는 뜻을 무조건 비판할 수 많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상임위에서 다루지 않은 예산을 심의하는 것이 문제지 상임위에서 논의됐던 사업을 챙기겠다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쪽지예산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예산심의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