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시기 조정 가능"..."尹회장 내정자, 잘 할 것 기대 커"
[뉴스핌=노희준 기자]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사진)은 이른바 '특별수당'지급 요구와 관련, "돈 달라는 것만 부각돼 있지만, 경영진이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5일 서울 동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노조 사무실에서 뉴스핌과 만나 "앞으로 새로운 회장이 직원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텐테 그것을 수긍할 수 있게 하려면 경영진이 한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초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은행직원이 사고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한 초과근무와 관련, 1인당 월 12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추가 시간외 (특별)수당을 위로금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이를 지급하기로 구두 약속했고 박지우 행장 직무대행도 동의했다 최근 갑자기 돌아섰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 KB직원, 낙하산으로 주인의식 없어져, 동기부여 필요
성 위원장은 초과근무가 KB의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 아니었느냐는 지적에는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그간 '낙하산'이 오면서 직원과의 신뢰관계가 전무한 상태였고,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많이 없어졌다"며 "무슨 일을 하면 'KB의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동기부여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특별수당'의 요구 규모에 대해서는 "시기나 금액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일단 상반기의 '추가(특별) 시간외수당'으로 대략 100시간을 기준으로 5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슈의 우선순위나 시기의 적절성 등 전략적 차원의 적절성 문제에는 "매번 노조에 돈 주는 것은 무조건 여론이 반대하고 잘 줬다고 한 적이 없다"며 "내년에 요구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국민은행이 전격 시행한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를 두고는 "신입 직원 초임 삭감과 거의 비슷한 문제지만, 일단 말로 반대만 하고 있다"면서 "더 중요한 문제로 상급단체인 금노(금융노조)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4일 기사 국민은행,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전격 시행...′구조조정 신호탄′(상보) 참조)
◆ 노조, 지배구조 개편에 목소리 낼 것
성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편 문제와 관련, "우선 사외이사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때론 거수기로 때론 자기권력화가 돼 내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직원 대표가 추천하는 이가 사외이사로 한 명 이상에 들어가 이를 견제해야 한다. 직원 대표는 꼭 노조라고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도 직원 대표가 들어가 직원의 생각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최소한 등기이사 3년을 한 자로 회장 후보를 제한하거나 내부에서 몇 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고 (적극적 자격 요건을) 정하면 느닷없는 낙하산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 책임론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주 사외이사도 KB사태에 책임이 있고 신한사태 때 사외이사들이 사퇴한 것을 주목해 달라고 언론에 말한 적이 있다"면서도 "노조 본연의 임무가 아닌 부분은 회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내정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넘어갔다.
성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이번 회장 선출을 통해서 기존 사외이사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사외이사가 보여줬다"며 "관치 소지가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에 맞서 이런 결과를 내줬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생산성 저하, 구조조정에 복안 있어
국민은행의 고질적인 생산성 저조 등에서 제기될 수 있는 구조조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노력해야 하지만, 노력이 구조조정의 모습으로만 나와서는 안 된다"며 "인당 생산성을 늘리는 방법에 분모(직원수)만 줄일 게 아니라 분자(순이익)도 늘리는 방법이 있다. 구조조정 문제에는 나름 복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종규 차기 회장 내정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노조가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며 "노조는 노조다워야 하며 약속을 지키라 하는 것도 노조의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저지투쟁을 하지 않으면서 정도를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노조 위원장으로서 역할은 또 소홀하지 않을 것"이며 "회장이 노조를 인정하는 만큼 노조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호응을 할 거다. 직원을 중심에 두는 발전을 이루는 데 역할을 한다면 무엇이든 돕겠다. 잘 해내실 거라 보고 기대가 크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