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기다린다고 원금회복 장담 못해"..."신규투자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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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원금회복 기다린 세월이 6년인데, 이제 와서 정리하라고요?”
경기 안양시에서 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씨(남·52)는 최근 신한은행 PWM센터를 찾았다가 투자조언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박씨는 “2008년에 가입한 펀드가 마이너스 35%에요 그래도 원금회복까지 기다려왔는데 PB가 모두 정리하고 리밸런싱(Rebalancing)하라네요. 기다린 세월이 얼마인데…"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코스피 하락으로 잘 나가던 주식형 펀드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 등 해외증시에서는 신고가도 나온다는데 내가 가입한 펀드는 회복은 커녕 이곳저곳에서 깨지니…” 박 씨는 허탈한 마음뿐이다.
박씨 같은 처지의 자산가는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소위 브릭스펀드와 중국 펀드가 인기를 끌자, 수많은 투자자가 막차를 탔다. 지금도 원금회복이 안됐다.
◆ 차이나〮브릭스펀드, 원금회복 포기하고 갈아타야
박 씨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리밸런싱 작업을 시작해 올 상반기에 마무리했다. 리밸런싱이란 손실 입은 상품은 과감히 정리하고, 처음에 투자할 때 세운 자산배분 비율에 따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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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PB는 박 씨에게 봉쥬르 차이나 펀드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를 모두 환매하도록 권했다. 이를 통해 현금 1억2000만원을 마련했고 이 돈을 중국본토 ETF 3000만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펀드 3000만원, 고배당펀드 4000만원, 저베리어 ELS 2000만원으로 리밸런싱했다.
중국 후강통에 따른 정책 모멘텀과 배당정책 수혜를 기대하며, 이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불확실한 마이너스 상품의 원금회복을 기다리기 보다, 수익을 내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 신한은행, 원금 애착 고객에게 “과거와는 다른 경제환경” 적극 설득
6년씩이나 마이너스 펀드에 ‘애착’한 박씨를 신한은행 PB는 어떻게 설득했을까?
담당 PB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주식시장 변동성도 축소되고 있는데 과거처럼 펀드에 가입해놓고 기다리면 올라가는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리밸런싱으로 새로운 시장 트랜드에 맞는 상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브릭스펀드가 중간에 수익이 회복됐어도 결국 원금까지 가기는 어려워 리밸런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면서 “수익이 회복되지 않으니 투자자도 지치고 역사적 경제적 자료를 토대로 고객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리밸런싱에 신한은행은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마이너스 펀드를 가진 고객을 설득해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라”고 했다. 또 ‘죽어도 환매 못 한다’는 고객들을 따로 모아 세미나도 열었다. 리밸런싱을 많이 실시한 지점에 피자를 배달하는 등 직원을 독려했다. 고객에게는 보디로션이나 샴푸 등을 증정하며 마음잡기에도 나섰다.
대상 고객도 2009년 7월 말 이전에 펀드에 가입자로, ▲봉쥬르차이나 증권펀드 1호 ▲봉쥬르차이나 증권펀드 2호 ▲봉쥬르차이나 오퍼튜니티(Opportunity) 펀드 ▲신한BNP 브릭스 플러스 펀드 ▲더드림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 1호 ▲더드림코브릭스자투자신탁 1호 등 총 6개 펀드를 콕 지목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한 상품도 포함돼 있어, ‘환매하라’는 것은 신뢰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리밸런싱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이유는 손실이 큰 펀드를 보유한 고객이 장기적으로 은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수고객을 지속해서 끌어안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리밸런싱은 한번 정한 목표수익률과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을 철저히 지키고,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비중도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같은 펀드라고 해도 지역, 투자대상, 성장성에 따른 비중을 또 정해 자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현 상황에 적합한 투자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