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의원 "물품구매 중소기업에 기회줘야"
▲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의원 |
7일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위원에 따르면, 한전KDN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33건의 영상음향시스템을 한전에서 수의계약한 뒤, 전체 물량의 약 67%인 22건을 2개의 특정 중소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2개 업체는 한전KDN으로부터 각각 10건(151억원), 12건(162억원)을 수주했다.
전 의원은 한전KDN이 영상음향시스템의 일종인 배전운영상황판 입찰과정에서 특정업체에 몰아주기를 했다는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입찰방식에서 종합상황판 품목은 중소기업 주력 품목으로 범용화된 설비임에도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취했고, 입찰공고일부터 납품일까지의 기간을 짧게 잡아 특정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은 사업내용이 복잡하거나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는 품목으로 높은 기술점수가 요구될 때 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종합상황판(DLP Cube)은 범용화된 장비로 각 제조사간 품질이 평준화되어 있어 기술점수를 우위에 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은 부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일품목으로 종합상황판 구매계약을 할 경우 협상에 의한 낙찰방식을 취하는 곳은 한전KDN 뿐이다.
전정희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수자원공사 등에서 최근 5년간 종합상황판(DLP Cube) 구매계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2단계 경쟁 혹은 적격심사 등을 통한 입찰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전KDN이 종합상황판 구매입찰에서 협상에 의한 낙찰 방식을 취함에 따라 특정업체에게 기술점수를 높게 줌으로써 낙찰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협상에 의한 낙찰은 2단계 경쟁이나 적격심사 등에 비해 장비구입단가가 높게 낙찰되기 때문에 발주처 입장에서는 예산낭비를 불러오게 된다.
실제 한전KDN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구입한 DLP 큐브의 경우 LED 67인치가 2단계 경쟁방식을 취한 한국도로공사보다 2.4배나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이 같은 입찰방식의 문제로 인해 특정업체의 로비자금이 통신장비 구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어 낙찰가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KDN은 계약방식뿐만 아니라, 입찰공고일부터 납기일까지 불과 한 달 미만으로 짧게 잡아 특정업체와의 사전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계약일로부터 납기일까지가 불과 3일인 경우도 있었고, 한전과 계약도 하기 전에 한전KDN은 입찰공고를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종합상황판 부품은 모두 수입품으로서 계약 뒤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고, 검수하는 데 최소 2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일로부터 3일~15일 이내로 납기일을 정한 것은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종합상황판 구매계약시 한전KDN에게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두 업체가 지난 7년간 종합상황판 구매계약을 포함해 한전KDN으로부터 수주한 사업이 무려 91건에 달했다. A업체는 49건 390억원, B업체는 44건 216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한전KDN의 K본부장이 특정 전기통신공사업체에 한전 발주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협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금품수수를 건넨 당사자로 A업체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9월 17일자)
경찰에 따르면 K본부장은 2009년 12월 A업체 회장으로부터 "한전 발주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계속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2010년 1월 A업체 회장을 따라 한전 직원들과 함께 부부동반 홍콩여행을 다녀오는 등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정희 의원은 "한전KDN은 오랫동안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수의계약이라는 보호막에 의존해 경쟁력을 상실한 나머지 중소기업 고유품목인 물품구매까지 수의계약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면서 "전력IT 주력분야인 핵심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지보수 기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고유품목인 물품구매 분야는 중소기업이 직접 경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