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회복·QE축소 종료 등에 달러 매력도 늘어
[뉴스핌=주명호 기자]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 및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각광을 받았던 신흥국 캐리트레이드가 이제는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신흥시장 리스크를 재부각시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캐리트레이드의 기본은 낮은 금리의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함으로써 금리차익을 얻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금리가 높은 신흥국 투자를 위한 조달통화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이 같은 투자전략은 빛을 잃고 있다. 신흥통화 가치를 측정하는 JP모건 EMCI지수는 바닥을 쳤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아래로 떨어졌다.
JP모건 EMCI 지수 변동 추이. [자료 : Financial Times] |
달러 강세, 신흥 통화 약세로 인한 외환시장 내 거래 손실이 금리차로 인한 수익을 넘어선다는 판단을 내리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투자 엑소더스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그간 투자해 왔던 채권 등 신흥국 자산을 팔고 달러화 매입으로 돌아선다면 시장 상황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씨티은행의 루이 코스타 외환투자전략가는 "그간 시장은 오랫기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이런 흐름이 전환됐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데이빗 호너 투자전략가는 "이런 흐름이 캐리트레이드의 영원한 종언을 뜻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면서도 시장이 조정 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은 인정했다.
캐리트레이드 시장에 부는 역풍은 크게 세 가지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강한 경제회복세로 달러화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높아진 데다, 10월 종료되는 미국 양적완화(QE) 축소로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게 돼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정책도 유로화 대비 달러화 전망을 상대적으로 강화시킨 계기가 됐다.
신흥국 자국통화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달러화 강세의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JP모건 GBI 지역통화 채권지수는 연고점을 기록했던 7월 말에서 무려 6% 가까이 급락했다. 평균 금리 또한 올해 최저 수준이었던 7월 6.45%에서 6.69%로 상승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흥국 채권 발행 규모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8월 채권 발행 규모는 고작 220억달러에 불과해 작년 월 평균 발행 규모인 62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급작스런 유출은 신흥국 경제에 크나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해외 자본 규모는 약 2조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와 멕시코의 경제 규모를 합한 것보다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채권 보유 비중이 8%에서 1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 비중은 45%를 넘어선다. 폴란드나 헝가리, 멕시코, 인도네시아도 국채의 35% 이상을 외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