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신영·KB 등 두각
[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내년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 700만원까지 12%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개인들이 개인퇴직연금(IRP)계좌를 통해 적립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퇴직연금 의무가입자 대상이 향후 확대돼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는 날로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0%대 수익률을 인내하던 가입자들의 '바꿔타기'도 활발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사 등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수익률은 대부분 0% 대에 머물렀다. 퇴직연금 적립금 부문 시장 점유율이 51.5%(1분기)로 1위인 은행들의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이 지난 2분기 0.73~0.8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 등 안전자산에 투자금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85조2837억원 가운데 예금과 금리형보험, 국채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전체의 92.6%의 자산이 몰려 있다.
앞으로는 무턱대고 DB형에 가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퇴직연금 유형을 선택하고 DC형을 선택한 직장인들은 퇴직연금 펀드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DC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과거보다 좀 더 기대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개별자산에 대한 보유한도를 폐지했다. 또 DC형의 경우 DB형과 마찬가지로 70%까지 위험자산투자한도가 상향된다. 다만 70%까지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주요기관이 추천한 퇴직연금 펀드의 9월 15일 기준 수익률 <자료=제로인, 그림=송유미 미술기자> |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취지에 맞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선택하라고 입을 모은다.
18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출시된 퇴직연금 펀드는 총 395개. 전체 설정액은 5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펀드는 9개에 불과할 정도로 쏠림이 심하다.
가장 많은 돈이 몰린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채혼)가 1조1000억원으로 설정액이 가장 크다. 이 펀드의 5년 동안의 수익률은 49.5%, 2007년 설정 이후 수익률도 92.64%로 독보적이다.
가치투자운용사답게 저평가 가치주에 장기간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105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올해 중소형주의 강세를 반영하면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40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6.59%다.
또 최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퇴직연금펀드에서도 배당주를 추천한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과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증권자투자신탁을 추천한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배당투자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성장형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수익추구에 보다 유리하여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성격에
상당히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또한 기업의 배당성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향후 보다 우수한 수익성이 기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좀 더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노려보고자 원한다면 '미디엄 리스크-하이 리턴'을 주창하는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40도 고려할 만하다. 수익률이 다소 오르락내리락 하는 편인데 2006년 4월 출시 이후 8년여 간 수익률은 81.32%다.
해외투자를 원한다면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과 한화100세시대퇴직연금글로벌헬스케어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은 신흥국과 선진국 채권에 두루 투자하고 한화100세시대펀드는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한다.
◆ 원금보장 상품도 수익률 제각각‥옥석고르기 필요
원금보장을 원하면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금이 보장된다고 해서 모두 0%대 수익률인 것은 아니다.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한 안목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예컨대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자신의 임금상승률만도 못하다면 DC형을 고르는 의미가 없다. DB형을 고수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확정급여(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급여를 계산한다. 근로자가 자금운용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반면 확정기여(DC)형은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1 이상을 근로자가 지정한 계좌에 넣는 형태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고 책임도 개인이 진다. 자신의 임금상승률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면 DC형을 선택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좋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명목임금상승률은 3.8%. 하지만 직종과 회사의 성격에 따라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은행들의 퇴직연금 정기예금을 이용할 경우 2%대 중반의 수익률이 가능하고 증권사의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ELB'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평균 4.2~6.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