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차지하기 위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물밑경쟁이 시작됐다. 새 사옥이 절실한 현대차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전은 내달 17일까지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입찰 방식은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곳이 낙찰 받는 완전 경쟁입찰로, 개인이나 법인, 컨소시엄 등 입찰자격에 제한은 없다.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의 경우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제한되지만 입찰이 2차례 유찰되면 외국인의 참여도 전면 허용된다.
부지 감정가는 3조 3346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작년 말 기준 공시지가 1조4837억원, 장부가액 2조7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전은 감정가를 토대로 예정가격을 정한 뒤 2개 이상의 응찰자 중에서 최고가격를 제시한 곳을 입찰 마감 다음 날인 9월 18일 낙찰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낙찰자는 계약 보증금을 뺀 인수대금을 계약일로부터 1년 안에 3회에 나눠 낼 수 있다.
한전은 오는 11월 광주ㆍ전남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게 되며, 관련법에 따라 1년 뒤인 내년 11월까지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조기에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전 부지 인수 1순위 후보로는 현대차그룹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을 추진해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 세계 9개국에 걸쳐 3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의 생산, R&D, 디자인 등 각 부문뿐 아니라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소속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을 유치하고, 대규모 관광객도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대규모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입찰 공고가 나왔으니 내용을 파악한 뒤 참여할 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동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인 바 있고,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지난 2009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과 한국감정원 부지 등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했었다.
삼성 주변에서는 4조원에 육박하는 입찰 예상가를 고려할 때 삼성이 참여한다면 삼성전자가 호텔신라 등 계열사와 연계해 입찰을 주도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에 적극적인 가운데 삼성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인수전은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의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