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SK-외환 통합가시화…롯데·우리도 공격마케팅
[뉴스핌=정탁윤 기자]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연내 통합이 가시화하면서 중위권 카드사들의 치열한 시장점유율 쟁탈전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부문 분할을 승인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사 중에는 옛 LG카드를 인수한 신한카드가 20%가 넘는 점유율과 약 2200만명의 회원 수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 KB국민카드가 10%대의 점유율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28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계획대로 연내 통합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8%가 넘게 돼 NH농협과 우리, 롯데카드 등과 비슷한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하나SK와 외환카드 모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라는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고객 충성도가 높아 통합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기존 중위권 카드사들은 물론 현재 2위권인 삼성과 현대카드마저 위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은행계열 카드사인 데다 한국 최초의 카드사로 한때 시장점유율 1위 경험이 있는 외환카드의 업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외환과 하나SK카드 모두 특화된 상품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아 통합하면 업계 2위권 카드사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 등 기존 중위권 카드사들도 시장 판도를 뒤흔들만한 정책과 마케팅으로 선두권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카드가 최근 카드포인트의 유효기간을 없애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롯데카드는 최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포인트 제도에 적용하던 5년의 유효기간을 오는 11월 1일부터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카드 포인트제도는 유효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사용되지 않은 채 소멸하는 포인트는 신용카드 업계 전체로 봤을 때 지난해 기준 연간 약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포인트 표준화 방안'을 통해 카드사별 포인트 유효기간을 5년으로 통일시켜 시행하도록 했다. 롯데카드는 당국의 이런 조치보다 한 발 더 나가 아예 유효기간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포인트를 평생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들의 의견이 관련 부서에 전달돼 실행에 옮겨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업계에선 롯데카드의 이런 파격 조치가 포인트 사후관리비용 문제 등으로 경쟁사들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지만, 이미지 쇄신에 따른 추가 고객 유입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우리카드 역시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법인카드 부문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며 경쟁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맞이할 경우 내년부터는 주력상품인 '가나다카드' 등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NH농협카드 역시 전국 지역 단위 영업망과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있어 언제든 선두권을 위협할 수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영업정지 여파로 주춤했던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본격화할 경우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며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가져온 역설적인 교훈은 언제든 고객들의 신용카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