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임금정체 등 문제점 '산재'
[뉴스핌=권지언 기자] '아베노믹스'로 불리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힘차게 당겼던 '3개의 화살'이 중심을 잃고 과녁을 빗나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 |
모간스탠리 MUFG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펠드먼은 "아베노믹스가 위험하다"며 국민들은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아베 총리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격적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일부 경제지표들이 개선세를 보이긴 했지만 "가파른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회복세가 지나치게 더디다"고 덧붙였다.
평소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던 산케이신문 마저도 지난달 아베노믹스에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여론조사에서 아베 지지율이 70%에서 50%로 급락했는데 이는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보도했다.
FT는 이전에는 아베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과 이를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회의론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인 재정 및 통화 부양에 대한 불안감까지 거세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긴 일본의 2분기 GDP 성장률도 문제지만 경기침체 와중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2013년 중반부터 2014년 중반 사이 실질 성장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을 것으로 평가되는데, 일본은행(BOJ)의 적극적 통화완화 정책은 물가를 계속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물가상승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내놓고 있고 실업률도 4%를 밑돌아 일본 경제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임금 인상 정체는 더욱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FT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임금 수준이 괜찮은 일자리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데다, 줄어든 일자리가 계약직이나 시간제 노동직 또는 저임금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의 발목을 붙잡는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엔화 가치는 20% 넘게 떨어졌지만, 엔화 약세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석유 및 가스 수입으로 일본이 순수입국으로 전환된 것이 엔화 약세의 수출기업 지원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12월 소비세 인상 화살을 한번 더 당겨야 하는 아베 총리가 현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