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보복제재 여파 우려한 투자자들, 자금 회수 나서
[뉴스핌=주명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간에 낀 동유럽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양측의 보복제재로 인한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동유럽 비중 축소에 나선 까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유럽국가 주식 및 채권을 매입하는 펀드 자금은 8월 첫 주 동안만 6억6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4월 이후 줄곧 이어졌던 자금 유입이 방향을 튼 것이다.
그간 동유럽에 몰렸던 개인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에 나섰다. EPFR글로벌에 따르면 6월 8억9100만달러 기록했던 개인들의 주식 투자자금은 7월 33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어 8월 첫 주에는 방향을 바꿔 2억3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폴란드 즈워티화, 체코 코루나화,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 변동 추이. [자료 : WSJ] |
외환시장도 자금 썰물 현상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기준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 가까이 급락했다. 체코 코루나화와 폴란드 즈워티화도 같은 기간 약 5%, 3.5%씩 절하됐다. 포린트화와 즈워티화는 작년 한해 동안 2% 가량 가치가 상승한 바 있다.
동유럽 신흥국들은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부양책 축소에 시장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경제제재 공방이 벌어지자 러시아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 엑소더스는 급속도로 심화됐다.
더욱이 향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헐값이 된 자산가격에도 투자자들은 섣불리 저가매수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누빈 어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빗 차럽닉 매니저는 "취약한 유럽 경제 회복세가 동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이 빠져나가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대신 팔라듐, 니켈, 알루미늄 등 러시아의 주력 수출 상품과 관련된 자산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러시아가 이들의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18일 팔라듐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984.90달러에 거래돼 최근 13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광산업체들의 주가들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광산업체 리오틴토와 서던쿠퍼, 베일은 7월 이후 현재까지 최소 4%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헌팅턴 어셋 매니지먼트 피터 소렌티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들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