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30% 감축 노사갈등…고객 피해 우려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난해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ING생명이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 과정에서 퇴직을 종용받던 임신한 여직원이 실신하는 등 30% 구조조정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이 극에 이른 상태다. 현재 ING생명 노조는 파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노사갈등은 사측이 발표한 희망퇴직을 통한 전체 직원 30%(270여명) 감축안 때문이다. 입사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다. 앞서 ING생명은 올해 초 정문국 사장 취임 후 외부 경영진단을 통해 최근 임원급 18명을 포함한 부서장 이상 임직원 50여명을 물갈이 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 말 ING생명을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호 노조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협약 승계는 물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약속을 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투기자본의 천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문국 사장(사진)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ING생명이 지난 2008년 업계 4위에 있을 때 월납보험료가 100억원 수준, 임직원 수는 1000명이었다"며 "현재는 그때보다 월 매출이 30%도 되지 않는데 직원 수는 똑같다"며 희망퇴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 "현재 생명보험업계는 성장하는 형세가 아니어서 성장과 비용절감이 함께 가야 한다"며 "삼성, 한화, 교보 등 이른바 생보사 '빅3'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유도 저금리가 갈수록 고착화하는 부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사갈등 외에도 ING생명은 이른바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아 500억원대의 미지급 보험금을 토해내야 할 처지다. 앞으로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지 실추 등 유무형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ING그룹이 한국시장을 철수할 때부터 위기는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우려했던 투자차익 극대화라는 사모펀드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ING생명 설계사들이 100명 넘게 다른 외국계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만 봐도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는 곧 고객관리 소홀로 이어져 선량한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