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시컴퍼니, 악어컴퍼니, CJ E&M, PMC 프러덕션, 설앤컴퍼니, 쇼노트, 노네임씨어터, 연극열전] |
공연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거나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성(性) 소수자를 소재로 한 화려한 쇼(show)’라는 점이다. 등장 인물들은 신나는 음악과 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무장했지만, 한편으론 화려한 가면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독함을 전하며 관객들을 감수성을 자극한다.
성 소수자는 대중에게도 더 이상 새롭고 낯선 소재가 아니다. 공연가를 넘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횟수도 빈번해지는 추세다. 동성애 코드가 살짝 가미된 드라마 ‘커피프린스’(2007)나 세간에 동성애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 뿐만이 아니다. 근래 방영됐던 ‘응답하라 1997’(2012)나 ‘오로라 공주’(2013)에서는 동성 친구를 사랑하는 것만 제외하면 여타 등장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성 소수자가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연극계에서도 성 소수자를 소재로 한 뛰어난 작품 두 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8월 개막을 앞둔 연극 ‘프라이드’와 현재 공연 중인 ‘수탉들의 싸움’이다. 두 작품 모두 성 소수자의 고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공통점은 단순한 성적 취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연극 ‘수탉들의 싸움’은 동성애자 존(박은석)이 오래된 남자친구인 M(김준원)과 새롭게 사귀게 된 여성 W(손지윤)사이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면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닌 ‘나는 혹은 그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주체성과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닭싸움장이나 권투장을 연상케 하는 심플한 무대 위의 격렬한 말싸움 속 진지한 주제가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연극 ‘수탉들의 싸움’은 8월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연극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들며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 소수자가 겪는 억압과 갈등, 사랑과 용기를 통해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 속 수 많은 은유와 암시를 통해 두 시대를 오간다.
연극 ‘프라이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통해 먹먹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는 8월16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다.
한편, 성 정체성에서 확장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 ‘수탉들의 싸움’과 ‘프라이드’는 주요 메시지 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영국 출신의 작가에 의해 쓰여졌으며, 영국 국립극장의 로열 코트 극장(Royal Court Theatre)에서 초연 무대를 올렸다. 또, 두 작품 모두 영화 ‘향수’의 벤 위쇼가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울러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각각 2009년(프라이드)과 2010년(수탉들의 싸움)에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올해 국내 공연이 초연인데, 현재 연극 ‘수탉들의 싸움’에 존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박은석이 ‘프라이드’에도 출연할 것으로 예고돼 흥미를 끈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