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착되면 기업 부담 크지않아…재계 엄살 지나쳐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초기시장 안착을 자신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 뒤 배출권을 사고팔도록 한 제도다.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3개 경제단체는 지난 1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2015∼2017년 3년간 최대 27조 5000억원을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시행시기를 2020년 이후로 늦춰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경제5단체장은 지난 22일 최경환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재계 부담 28조원? 과장홍보 지적
(자료: 기획재정부) |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 초기시장에서는 가격 급등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안정되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재계가 주장하는 '최대 27조 5000억원'은 할당량을 초과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톤당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할당량을 초과하는 기업은 연평균가격의 3배를 물되 상한선을 톤당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EU도 초기시장에서 톤당 30유로 이상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10유로 안팎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재계가 시행 연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현실성 없는 수치로 과장홍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 김태선 소장은 "재계가 주장하는 최대 28조원은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고 3배의 과징금을 무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산업계가 유일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인 배출권 거래제를 부정하는 것은 202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여유분 1억톤 투입…1~2만원대 가격안정 추구
(자료: 기획재정부) |
정부는 톤당 적정가격을 1만~2만원대로 목표하고 있으며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급등할 경우 1억톤의 여유분을 투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정부의 계획대로 거래가격이 1만~2만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업의 부담은 28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3조~6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이다.
최경환 부총리도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만일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3만원대로 급등할 경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 여유분을 투입해 가격을 안정시킬 계획"이라면서 "재계의 부담은 주장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