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대상 범위확대, 非전통적 통화정책수단 될수도"
[뉴스핌=우수연 기자] 한국은행이 유동성 위기시 RP매입 매입 대상 적격증권의 범위를 넓혀 시장에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방법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21일 신현열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금융규제팀 차장 등은 보고서를 통해 "유동성 위기시 RP 매입 대상 적격증권의 범위를 저(低)유동성 자산까지 확대하는 조치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시에는 이같은 조치가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의 하나로 대두될 수 있다는 언급이 눈길을 끈다. 신 차장은 "(RP 매입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도) 큰 의미에서는 하나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위기가 끝나고 난 후에는 매입한 RP대상 채권을 다시 돌려주게되면 자연스럽게 출구전략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은 통화정책 운영방식과 단기유동성비율 규제(LCR)간의 관련성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는 은행의 유동성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LCR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LCR 규제란 유동성이 높은 현금 및 국채 같은 '고(高)유동성 자산'을 순현금유출액(30일 이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유출액-현금유입액) 대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한다는 규제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이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LCR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은행의 유동자산 포트폴리오가 변경되고, 단기자금 조달 행태가 변화하면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LCR규제 시행으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신 차장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현재 LCR 기준치를 여유있게 상회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고유동성 자산의 구성도 매우 안정적이어서 (LCR 규제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개연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RP매매 대상 적격증권의 범위를 확대해 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개선시키는 동시에 은행의 LCR 수준도 높아지는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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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적격담보 증권과 LCR 규정상 적격 고유동자산의 범위 |
현재 우리나라의 RP매입 대상 적격담보의 범위는 LCR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유동성 자산의 범위보다 좁은 상태다. 또한 각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동성 자산의 구성도 유동성이 가장 높은 Level 1(국채, 통안채, 공공채 등) 의 비중이 90%를 상회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은은 LCR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유동성 자산의 범위보다 중앙은행이 인정하는 적격담보의 범위가 넓을 경우 중앙은행이 신용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대상증권의 범위 확대에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 차장은 "통화정책 수행 과정에서 인정하는 적격담보의 범위가 LCR 규정상의 고유동성 자산의 범위보다 넓을 경우, 은행은 신용도가 낮은 저유동성 자산을 우선적으로 중앙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게돼 중앙은행이 신용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2008년 9월 리먼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대응해 2008년 11월 7일부터 '저유동성 자산'인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를 1년간 한시적으로 공개시장조작 대상 적격증권에 포함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