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국부펀드 등 대형 기관 유입에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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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투자 리스크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지역의 악재가 도미노 하락으로 번지는 이른바 ‘전염’이다.
이머징마켓은 물론이고 선진국에서 불거진 악재도 시장 전반에 걸친 급락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도미노 하락이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진단이다.
(사진:신화/뉴시스) |
실제로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 남아공이 지난 17일 성공리에 국채 발행을 진행했고, 아르헨티아의 채무 상환 계획에 대해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도 에콰도르가 채권자들을 설득, 2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는 과거 2001~2002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와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2001년 터키와 2008년 아이슬란드 금융위기가 이머징마켓을 동반 냉각시켰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상황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포르투갈의 에스피리토 산토 은행이 단기 채무금 상환을 연기했지만 유로존 금융시장에 미친 파장은 지극히 미미했다.
◊ 대형 기관 자금 유입에 체질 변화
최근 움직임은 연기금을 포함한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 투자를 늘린 데 따른 체질 변화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블랙록의 어네스토 베토니 이머징마켓 채권 전략가는 “기관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해 영속적인 매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의 이머징마켓 투자 전략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크고 작은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차익실현에 잰걸음을 했던 과거 투자 행보와는 크게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연기금과 국부펀드, 보험사, 여기에 중앙은행까지 이머징마켓에 든든한 매수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각)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뮤추얼 펀드를 통한 이들의 이머징마켓 주식 비중은 지난해에 비해 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머징마켓 채권 투자 비중 역시 7.5% 높아졌다.
달러화 기준으로 뮤추렁 펀드를 통한 이들 기관 투자자들의 이머징마켓 투자 비중은 2007년 대비 세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 운용 전략 및 평가 잣대 전면 개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 전략 및 평가 방식의 전면적인 개편도 이머징마켓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한몫 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채권을 일간 기준으로 시가 평가해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을 평가했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손실이 발생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이 발생한 자산에 대해서도 차익을 실현해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롭게 이머징마켓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평가 기준 없이 장기 목표 수익률을 설정한 뒤 자금을 운용하거나 별도의 벤치마크를 구성해 이를 근간으로 운용 성과를 평가한다.
슈로더의 에이메릭 포레스트 펀드매니저는 “벤치마크를 매입할 경우 전반적인 리스크까지 함께 떠안는 셈”이라며 “대형 블루칩 주식이나 채권이라고 해서 반드시 일정 부분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러미 브레윈 채권 헤드는 “최근 1~2년 사이 기관 투자자들이 맞춤형 벤치마크 개발을 주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며 “이 때문에 이머징마켓의 동조화 움직임이 크게 꺾였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