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없이 하반기 재정보강·내년 예산 확대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6일 취임 일성으로 우리 경제의 3가지 함정을 지적했다. ‘저성장의 함정’, ‘축소균형의 함정’, ‘성과 부재의 함정’이 그것이다.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면서 나타나는 ‘저성장의 함정’에 대해 최 부총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회복세도 주춤거리고 있어 자칫 ‘경제회복의 모멘텀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감마저 돈다”고 우려했다.
불과 2~3년 후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등 성장 잠재력의 저하가 눈 앞의 문제로 닥쳐오고 있는 상황에서 저성장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고 우리 경제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성장방정식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로 ‘축소균형의 함정’에선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성장도 문제지만 우리경제의 속사정은 더 큰 문제”라며 “가계소득 부진, 비정규직 문제 등 그간 쌓여온 구조적 문제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부진이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의 모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 부재의 함정’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최 부총리는 “그간 수많은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하다”면서 “대책을 위한 대책은 없었는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고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무능한 정부, 무심한 정부라는 냉엄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추경편성은 안 하지만 과감하고 확장적인 거시정책”
최 부총리는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 적극적이고 확장적인 거시정책 ▲ 가계소득 확대 및 기업투자 촉진을 통한 내수진작 ▲ 속도감 있는 정책추진을 꼽았다.
우선 확장적인 거시정책에 대해 최 부총리는 “소극적인 거시정책이 경제심리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경기둔화와 세수감소 등을 유발하면서 거시정책의 여력마저 줄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경기가 살아나고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 재정을 보강하고 내년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편성함으로써 지난해 말 전망보다 낮아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추경 편성 계획과 관련해선 “추경편성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 추경을 편성하면 국회심의나 여러 과정을 거치면 결국 연말 가까이나 돼서 실제 집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다음주 발표할 경제정책방향에서 하향조정할 올해 경제성장률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반기 재정을 보강하고 내년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확장 편성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경기 하향 전망한 것보다는 나아질 수 있도록 보강을 해나가도록 하면서 내년 예산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좀 더 확장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라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10년 이상 시행해 오면서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합리화하는 조치들을 관계부처와 합의를 거쳐서 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TV와 DTI 완화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지적에 대해선 “이 조치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는다고 보지 않고 있다”면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을 가계부채 구조 개선 차원에서 부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정책도 함께 쓰겠다고 말했다.
내수진작을 위해선 규제개혁으로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가계소득 증대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부총리는 “소득 창출의 근원인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면서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기업이 서비스업 등 새로운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선 기업의 성과가 임금이나 일자리를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또는 인센티브 스킴을 통해 유보금을 쌓아두기 보단 투자나 가계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해 가면서 강제적으로 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과세나 인센티브 스킴을 적절하게 적용함으로써 기업부문에 창출된 소득이 투자나 임금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구상 중에 있다”며 “이 부분은 관계부처 협의도 필요하고 여러 정책을 시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겠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3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서 어떻게 ‘국민행복시대’를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노·사·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용 창출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 부재의 함정’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의 실행력과 속도를 높여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세월호 사고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정책의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조속히 창출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까지 추진해왔던 공공기관 정상화, 창조 경제, 서비스업 육성 등의 과제들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면서 “혁신의 기치를 다시 한번 높이 세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더욱 힘차게 추진하자”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