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株 승부수]① 음식료 투자 열쇠 "밖에 있었다"...장기 수익률 격차는 '해외진출 타이밍'
최근 1~2년 국내 내수기업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음식료, 화장품, 패션 등 요즘 주식시장에서 잘 나가는 이들 상당수가 해당된다. 상반기 세월호 참사로 내수가 위축됐지만 이들에게 내수침체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물론 모두가 훨훨 날았던 건 아니다. 단기로 보면 대부분 올랐지만 3년 이상 장기 주가차트를 놓고 보면 내수기업간 주가 격차는 컸다. 동종업계임에도 주가수익률을 갈랐던 팩터는 바로 '해외진출 성공 여부'였다. 국내기업의 글로벌화가 우리의 과제임과 동시에 추구해야 할 방향인 지금 국내 내수소비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적극성과 타이밍이 기업 성장성과 주가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봤다. 또 해외시장 진출이 기업 성장에 독이됐던 사례분석을 통해 향후 우리기업이 해외개척시 꼼꼼히 살펴봐야 할 팩터들도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이 기사는 7월 15일 오전 9시12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홍승훈 기자] 주당 100만원을 넘는 소위 '황제주'. 국내 주식시장에 이 같은 황제주로 불리는 기업은 총 6개(우선주 제외)다. 이 중 절반인 롯데제과, 롯데칠성, 아모레퍼시픽 등이 내수 소비재기업이다. 황제주를 넘보는 기업들 역시 대부분 내수주다. 오리온(90만8000원), 남양유업(81만원), 네이버(80만8000원), 롯데푸드(76만1000원) 등이 대표적이다. 내수주가 요즘 증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왜 생겼을까. 돈 많은 투자자들일수록 환율 변동성에 둔감하고, 풍부한 현금을 갖고 보수 경영 일색인 이들 기업에 돈을 넣어두기 때문이다. 세계경기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된다. 웬만한 풍파에도 견조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 대표기업들이 환율악재에 발목이 잡히며 날개가 움츠러들수록 이들의 기세는 커진다.
문제는 이들의 한계가 경기방어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들을 떠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이같은 내수소비주의 위상이 달라졌다. 내수를 토대로 살던 일부 기업들이 수출기업화하면서다.
내수소비재 대표격인 음식료주를 보자. 최근 수년새 위상변화가 확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넉 달째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며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동원F&B 등 종합식품기업들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은 최근 6개월동안 40% 안팎(26만원→36만원)으로 급등했고 오뚜기와 대상, 동원F&B 등은 50% 이상 널뛰기를 하며 연일 사상최고가 행진이다. 겉으로는 곡물가 하락에다 원화강세가 겹친 것을 이유로 들지만 실상은 내수주에 대한 증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상승동력은 '해외진출'이었다. 내수의 벽을 깨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내수주야말로 경기방어주에서 성장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이란 얘기다. 과거 매출과 시장점유율, 사업영역 등에서 경쟁사 대비 턱없이 작았지만 해외진출 이후 성장성을 구가한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대표적인 예다.
◆ 음식료株 투자 열쇠 '밖에 있었다'
1년여 만에 다시 주당 200만원 탈환을 노리는 롯데제과. 증시내 최고가를 구가하며 황제주로서의 명성을 누리던 롯데제과가 최근 파키스탄 등 새롭게 진출한 해외시장서 숫자가 나오기 시작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20만원대를 찍은 뒤 최근 1년여 하락세를 겪던 오리온. 이 오리온이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 모멘텀이 재부각되면서다. 한때 70만원대까지 추락하던 주가는 두 달 새 90만원을 재돌파했다.
최근 고공행진중인 이들 두 기업이지만 긴 그림으로 보면 다르다. 중장기차트를 놓고 보면 이들 두 종목간 주식 수익률 격차는 천양지차였던 것.
5년여전으로 돌아가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을 지나 2009년을 맞은 오리온 당시 주가는 14만원대 초반 수준. 하지만 오리온은 이후 4년남짓 기간 뒤인 2013년 4월 120만원을 뚫으며 주가 역사를 다시 썼다. 주가 수익률로 9배다. 1조원이 채 안되던 시가총액도 7조원을 넘었다.
반면 2009년 초반 120만원대 초반이던 롯데제과 주가는 4년여 뒤인 2013년 4월 218만9000원을 기록했다. 사상최고가다. 시총도 1.7조원 안팎에서 3조원대로 올라섰다.
두 기업 모두 성장성을 구가하며 사상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수익률 격차는 컸다. 4년새 오리온이 9배의 수익률을 보인데 비해 롯데제과는 2배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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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4년을 기준(8월)으로 보면 오리온은 8만원에서 120만원으로 15배 수익률을, 롯데제과는 56만원에서 218만원으로 4배 수익률을 거뒀다.
이 같은 흐름은 같은 같은 음식료업종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현재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시가총액은 5000억원대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두 기업간 차이는 컸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후폭풍에 주당 6000원대까지 추락했던 매일유업은 이후 상승을 거듭하며 지난해 5월 5만70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찍었다. 5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놀라운 상승률이다.
반면 남양유업은 2008년 하반기 40만원대까지 추락한 이후 상승을 거듭해 지난해 4월 117만5000원을 기록,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웠지만 5년새 주가수익률은 매일유업(10배)에 크게 못미치는 3배에 불과했다. 물론 이는 남양유업 주가에 타격을 줬던 '남양유업 사태' 이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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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시장 진출 성공 여부가 주가 갈라"
양사 주가 갭을 벌려놓은 팩터는 '해외진출'이었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국내시장을 뛰어넘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차이였던 셈이다. 내수시장 한계를 뛰어넘는 해외 진출, 그리고 성공이 내수주의 벽을 무너뜨렸다.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해외진출 성공이후 내수주에서 성장주로 재평가되며 '멀티플'이 급격히 올라간 이유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과 롯데제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주가 수익률 격차를 키웠던 팩터는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이었다며 "오리온은 성공했고 롯데제과는 이를 제때 못했다. 또 매일유업은 중국으로 분유 수출에 성공하며 1만원에서 4만원으로 왔고 남양은 그렇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본부장도 "최근 5년 동종업계인 제과업계와 분유업계 주가 수익률 키는 내수시장 한계를 뛰어넘은 해외시장 진출이었다"며 "이것이 5년 새 회사 주가를 갈랐다"고 꼽았다.
오리온의 해외진출은 꽤 오래전 시작됐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중국 북경에 사무소를 내며 진출한 오리온이 해외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2010년 전후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내년 오리온의 PER(주가수익비율)는 29.7배(컨센서스 23.9배)로 중국 음식료업체인 팅이, 왕왕, 멍뉴 등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오리온이 해외서 발생시킨 매출은 1조3344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4852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 같은 해외시장 성공에 지난 2009년 이후 4~5년째 증권가에선 오리온에 대해 소위 '묻지마 매수' 스탠스를 취했고, 수익률은 '수직상승'으로 화답했다.
이에 비해 해외시장 개척이 한 발 늦은 롯데제과. 지난 2007년 베트남 비비카 인수를 시작으로 2008년 벨기에의 길리안, 2010년 파키스탄 콜손, 2013년 카자흐스탄 라하트를 인수하고 올해 인도 델리에 초코파이 공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리온이 중국과 베트남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롯데는 지역별 다변화 전략을 택했고 발빠른 성과를 위해 현지기업 M&A전략을 취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국내 제과시장이 정체, 포화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며 "인구밀도가 높은 신흥국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 M&A를 통해 접근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전해왔다.
오리온에 비해 10여년 늦게 뛰어든만큼 롯데는 단기 성과가 나오는 현지기업 M&A 전략을 택한 것이다. 뒤늦었지만 성과물은 최근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연간 해외매출은 35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올해 1분기엔 매출 1186억원을 해외서 거둬들이며 성장률 측면에선 오리온을 추월했다.
최근 황제주의 명성에 비해 주가 수익률은 동종업계대비 변변치 못했던 롯데제과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결국 해외시장 모멘텀인 셈이다.
해외진출 20년째를 맞고 있는 오리온. 일각에선 해외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오리온측은 "기울기가 다소 완만해졌지만 이는 현지 자생력을 기르는 단계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상황"이라며 "중장기 해외성장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오리온에 대해 "중국시장 침투율이 아직 30%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기 진출한 1,2급 도시에서 전통채널 비중을 중국 진출 글로벌 경쟁사 평균인 50%로 끌어올리면 이 지역 매출은 30% 추가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