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상승 요원"…나홀로 'A-등급' SK해운도 안심 못 해
신용평가사들이 독해졌다.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신평사에 대해 집중적인 검사를 실시하면서 등급 현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KT, 포스코 등 우수기업에 대한 신평사의 시선에 변화가 생기면서 도미노 강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연내 도입되는 독자신용등급제도 역시 대기업 계열사 신용등급의 연쇄강등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등급 인플레이션이 이번 기회에 정상화될 것인가. 시장이 예상하는 파장의 크기와 범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선엽 기자] "당국의 징계나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의 흐름을 볼 때 과연 우리 경제의 탈출구가 있겠냐는 것이다. 경기라는 것이 사이클이 있으니까 과거에는 2~3년 버티면 살아나고 그랬지만 지금은 상방과 하방이 함께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과연 우리 기업들이 잘 버텨내고 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지금이 바닥이라면 괜찮겠지만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해운 업종의 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내년이면 나아질 것'이란 주문을 수년째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라앉는 중'이란 지적이다.
주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바닥을 치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 구조조정 중인 해운업, "그러나 바닥이 안 보인다"
한 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해운업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국내 주요 20개 선사 중 이미 10개 선사가 워크아웃을 경험하거나 폐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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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STX그룹의 해체작업이 시작됐고 한진그룹과 현대그룹 역시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발표하고 시행 중이다.
현재까지 현대상선(BB+~BBB-)은 유가증권과 컨테이너 야드 매각(2930억원), 외자 유치(1140억원), LNG 전용선 매각(총액 9613억원, 순현금 유입 4000억원) 등을 완료했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건도 완료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해운(BBB-~BBB)의 경우 전용선 사업 매각(3000억원), 유가증권/KAMCO 선박 매각(2417억원), 유상증자(4000억원) 등을 완료했다.
하지만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구조조정 결과만 놓고 볼 때, 속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평가 김봉균 수석연구원은 "발표된 자구실적과 각 그룹에 실제 유입된 현금유입 규모를 비교해 보면 적게는 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며 "실제 현금 유입 규모와 영업실적 회복 지연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자구 이행 성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적극적인 원가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전용선 사업부 매각으로 양사는 벌크선 부문 영업실적의 약화가 불가피한데 1분기 적자 폭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유가의 하향 안정 기조가 다시 변동성 확대 국면으로 전환되는 등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 역시 "업황 개선 없는 재무구조 개선은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단기적인 유동성은 확보하겠지만 남아 있는 차입금은 어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으로 이익이 나야 그 돈을 갚을 텐데 계속 영업이 적자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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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주요 산업 Credit Issue 점검 및 전망 <자료=한국신용평가> |
하지만 해운업황이 바닥을 딛고 일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관계자는 “최근 클락슨의 전망으로는 물동량 증가율이 소폭 상승하고 선박보유량 증가율이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이나 아직 선박보유량 증가율(6.3%)이 물동량 증가율(5.1%)보다 약간 높다”라며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갭이 줄긴 했지만, 현재까지 주어진 숫자로 추측하건대 해운업황의 개선은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운임 상승 요원" 내년 이후는 더 암울‥ SK해운도 안심 못 해
최근 P3(머스크, 프랑스 CMA-CGM, 스위스 MSC) 네트워크 결성이 중국 정부의 견제로 무산되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한숨을 돌렸지만 외신 등이 밝힌 바로는 다시 머스크와 MSC가 손을 잡고 2M을 결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둘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 14%인데, 최근 높은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어 이들이 주도적으로 운임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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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머스크의 단위비용을 비교하면 머스크 쪽이 훨씬 낮다. 머스크의 컨테이너 운임은 하락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유지되고 있어 머스크가 운임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료=한국투자증권> |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머스크는 운임이 내려가도 많은 돈을 버니 운임을 올리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다"라며 "(이들과 달리) 초대형 선박이 부족해 단위비용을 줄일 수 없는 선사들은 운임 인상이 절실한데,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운임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국내 3위 SK해운(A-/안정적)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그룹사의 안정적인 운송 물량을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사업구조가 다각화됐다는 점에서 여타 해운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높은 부채비율(888.2%)과 차입금 의존도(85.6%)를 볼 때, 'A-'급 연쇄강등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채 시장에서 SK해운의 자기등급대비 스프레드는 80bp(3년물, 7월 14일 기준)로 'A-'급 중에서 스프레드가 가장 넓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K해운은 그룹사와의 거래 관계가 많고 장기운송계약도 많이 체결돼 있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역시 해운경기가 안 좋은 것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업황 전체가 안 좋아 경쟁업체들의 등급 하향 행진을 물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