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시동'…美 피해시 지원 가능
[뉴스핌=노종빈 기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국내외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외교안보 정책기조를 뒤집고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들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아베 내각은 1일 역대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했다. 아베 총리의 최대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헌법 개정의 1단계 절차가 사실상 완료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일본 정부가 최근 자국 안보 상황과 관련,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자위 상황에서만 무력을 용인하고 있는 현재의 평화헌법에 대한 재해석에 착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아베 개인적 욕구…민주적 절차 뒤집어
외신들은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자위권 재해석은 아베 총리의 개인적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라며 정작 유권자의 민심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미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일본의 평화헌법에서는 스스로를 지키는 자위적 상황이 아닌 경우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둬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의 개념을 도입,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지원하겠다는 구실을 통해 자체적으로 무력을 보유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속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헌법 해석에 따라 일본과 긴밀하게 연결된 국가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된다면 자위대는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북한이 미국령인 괌의 미군기지를 미사일 공격할 경우 일본이 이를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라는 주장이다.
◆ 美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인정?
일본 정부 측은 집단자위권 해석 변경으로 무력분쟁을 예방하고 미일 간 안보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동북아시아 패권경쟁에서 군비부담을 느끼고 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베 정부의 해석 변경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이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주요 일간지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절반 정도의 응답자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이에 대한 찬성 의견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1%는 일본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불가피하게 엮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 의회 판단 없이 日정부 독단적 강행
여론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변경을 의회가 아닌 "내각에 맡겨둬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반면, 가능한 방법이라는 응답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 1947년 발효된 일본 평화헌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해석이 아베 정권의 입맛대로 변경된다면 이는 사실상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판단이나 결정을 건너뛰는 것이라 절차적으로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제프 킹스턴 템플대학 아시아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공공 여론을 건너뛴 채 엄청난 정치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이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유권자는 아베에게서 경제 개혁을 원했지 통치 이념의 변경을 바라지 않는다"며 "향후 경제 회복 가능성이 더 후퇴하면 다시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정책 수행 지지도는 최근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40%~50%대를 기록 이전 총리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