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탐욕' 시험대, 미국 IPO심사 결과 주목
[뉴스핌=강소영 기자]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알리바바가 '기업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전문가가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 불발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있다. 장팅빈(張庭賓) 국제금융 전문가는 25일 홍콩의 유력 경제매체 봉황재경(鳳凰財經)에서 알리바바가 증시 상장에 실패하면 마윈 회장이 경영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는 최근까지 기업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25일 중국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24일 62억 4400만 홍콩 달러를 홍콩 상장 미디어 기업인 차이나비젼(Chinavision, 文化中國)의 지분 59.32%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3월 투자의사를 밝힌 후 3개월 만에 약속한 투자금을 모두 지급한 알리바바는 회사명을 '알리잉예(阿里影業)'로 바꿨다.
알리바바는 올해 상반기에만 14번에 걸쳐 중국 국내외의 기업에 크고 작은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1년 동안 알리바바가 다른 기업에 투자에 사용한 자금은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 M&A(인수합병) 전문가는 "통상 상장을 앞둔 기업이 상장을 마무리하기 전에는 시가총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며 "상장 계획을 확정한 후 상장이 임박한 현재까지 공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는 알리바바의 행보는 이례적이다"라고 밝혔다.
장팅빈 국제금융 전문가는 알리바바가 기업 인수와 투자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에 주목했다. 알리바바의 자금은 보유자산과 대출금으로 구성된다.
2013년 알리바바 그룹의 이윤은 35억 5800만 달러.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쓰여진다. 결국 알리바바가 기업 투자에 사용한 자금의 대부분은 호주 ANZ은행, 시티은행 등 9개 은행으로부터 3~5년 만기 조건으로 대출받은 차입금 80억 달러로 충당된다. 80억 달러는 중국 비국유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대출이다.
알리바바는 이 엄청난 규모의 '빚'을 미국 상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으로 갚을 예정이다.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성공 입성하면 16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미국행에 복병이 나타났다. 6월 18일 미국 측 정부기관인 미중경제 및 안보검토위원회는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이 취하고 있는 VIE(변동이익실체) 모델이 미국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VIE는 해외 지주회사가 중국 내 자회사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2000년 시나닷컴을 시작으로 바이두, 시나웨이보 등도 VIE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팅빈은 최악의 경우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이 불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에 실패하면 상장을 통해 조달할 자금을 미리 '앞당겨' 소진해버린 마윈 회장이 생애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마윈의 행보에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우선 알리바바에 대한 마윈의 실제 입지와 마윈 스스로의 생각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투자자의 입장에선 마윈은 알리바바의 직업 경영인이자 소액 주주에 불과하지만, 마윈은 오히려 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싶어한다는 것.
21세기미디어의 지분투자도 대표적 판단 실수로 꼽았다. 현재 마윈의 입장에서는 굳이 언론매체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 마윈의 21세기미디어 지분 투자로 득을 본 것은 고가에 지분을 처분할 수 있게 된 포선그룹이라는 분석이다.
장팅빈은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강력한 지도자가 출현할 때마다 영리한 상인들은 언론을 멀리해왔다. 그러나 마윈은 오히려 언론에 접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이는 그가 중국의 정치생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중국 경제가 3~5년 침체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과 개혁의 가시밭길을 지나려면 기업은 현금을 축적하고 있어야 한다"며 마윈이 기업 인수를 위해 자금을 '탕진'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팅빈 국제 금융전문가는 현 국제금융 연구기관 중화위안즈쿠(中華元智庫)의 수석고문으로 중국의 유명 경제전문지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를 창립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