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인터넷 네트워크 1위 기업으로 성장…변화만이 살 길
[뉴스핌=김동호 기자]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Tomorrow starts here)."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시스코 시스템즈(이하 시스코)가 전면에 내걸고 있는 핵심 주제다. 변화하는 정보기술(IT) 환경 속에서 시스코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일하던 렌 보삭과 샌디 러너 부부가 리차드 트로이아노와 함께 1984년 공동 창업한 시스코는 이미 매출 규모만 5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4년 한국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한 시스코는 국내 주요 도시에도 지사를 개설하고 네트워크 및 통신 관련 설비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시스코는 어떤 기업?
미국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름은 따온 시스코는 이미 미국을 넘어 대표적인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했다.
멀티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라우터를 최초로 상업 판매한 시스코는 인터넷의 세계적 확산과 닷컴버블을 경험하며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시스코는 자체 기술 개발 외에 우수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03년 무선 랜 및 인터넷 공유 시스템 관련 업체인 링크시스(Linksys)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네트워크 서비스 환경 관련 솔루션업체인 테일F시스템즈를 인수키로 했다.
스웨덴 기업인 테일F시스템즈는 대기업과 서비스 전문업체,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 솔루션 제품은 여러 네트워크 장비에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 서비스, 솔루션 등을 효율적으로 구현해 주는 역할을 한다.
힐튼 로만스키 시스코 기업개발부문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기업들이) 네트워크 운영환경에서 복잡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제거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테일F시스템즈의 기술이 시스코의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분야의 혁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NFV란 통신망 구성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화해서 서버에서 구현하는 기술로, 이를 활용할 경우 통신사들은 하드웨어 장비 사용을 줄여 설비투자와 운용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 뉴스 & 루머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스코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극소수의 IT기업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그 안에는 시스코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시스코라이브2014 콘퍼런스'에 참석한 체임버스 회장은 "혹독한 IT업계의 통합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혁신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IT는 혁신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포춘 500대 기업 중 25년 전 존재했던 기업의 24%만이 현재까지 살아 남았고, 오늘날 전세계 대기업 중 1/3만이 25년 뒤에도 현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시스코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의 경쟁사들도 4년 뒤엔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체임버스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네트워크다. 그는 "지금까지 경쟁사의 매출 추이를 보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네트워크가 있었다"며 "지난 2~3년간 HP와 IBM의 매출 성장이 정체된 반면, 시스코는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32억달러에 머물렀던 시스코 매출액은 2012년 460억달러, 2013년 486억달러로 늘었다. 매출총이익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간 시스코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시스코의 핵심 사업은 라우터에서 스위치로, 스위치에서 패킷으로, 패킷에서 모바일, 모바일에서 비디오, 비디오에서 클라우드, 클라우드에서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및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이어왔다.
만물인터넷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세상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미래 환경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창출해 내는 미래 인터넷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람과 프로세스, 데이터까지 모바일, 클라우드 등이 서로 결합된 인터넷을 말한다.
◆ 월가 UP & DOWN
월가도 시스코에 대해 우호적이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시스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을 권했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시스코에 대한 평균 투자의견은 '비중확대'였으며, 여기엔 모두 44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 중 22곳은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4곳은 '비중확대', 13곳은 '보유' 의견을 내놨다. 매수 의견을 제시한 곳은 3개월 전에 비해 3곳이 늘었다.
이들이 예상한 시스코의 평균 목표주가는 25.59달러였으며, 올해와 내년 주당 순이익이 2.04달러와 2.16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비중축소'와 '매도' 의견을 낸 IB도 각각 1곳, 4곳이 있었다.
가트너의 조 스코루파 애널리스트는 "IT 산업이 성숙했기 때문에 일정 궤도에 오른 업체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시장은 1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IT기업들은 다른 시장으로부터 새롭게 진입한 업체와 경쟁하고, 또 기존 경쟁자들을 비롯해 현재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들과도 이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시스코도 이를 인지하고 지속적인 M&A와 기술개발, 혁신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도일 리서치의 리 도일 대표는 "시스코는 네트워킹 업체"라며 "문제는 시스코가 여기서 어디로 가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코가) 대형 IT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회사를 재창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코 최근 1년간 주가 차트. [출처: 마켓워치] |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