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1926년 그라첸 박사 대저택에 발생한 화재사건을 표현한 넘버로 시작된다. 무대를 가린 베일과 그 위에 너울대는 그림자,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멜로디는 앞으로 그려질 이야기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대표한다. 베일에 가려진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날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세련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12년 전 그라첸 박사 대저택에 발생한 화재. 이 곳에 살던 네 남매는 전신 화상을 무릅쓴 유모 메리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고, 그라첸 박사는 불타 죽었다. 경찰은 내부방화범의 소행이라는 가정 하에 조사에 들어갔지만, 네 남매는 사고의 충격으로 사건 당일에 있었던 어떤 것도 기억나지 못한다.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은 유모 메리의 의도적 범행으로 판결 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 갔다.
전개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면서 시간을 넘나든다. 그럼에도 극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데,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범상치 않은 표현력과 촘촘한 구성이다. 몰입도 높은 연출이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추리스릴러 장르인 만큼 팔뚝에 돋는 소름은 피할 수 없다. 반전이 거듭되고, 진실은 허를 찌르니 지루할 틈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숨가쁜 전개가 지속되는 건 아니다. 음울함과 신비로움의 경계에 있는 뮤지컬 넘버가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충격적인데, 관점을 달리 하면 ‘자극적’이란 말도 될 수 있겠다. 네 남매의 비극은 절로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자아낸다. 마음의 평안을 바라는 관객이라면 관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언급했듯 ‘불편한 진실’은 극에 흥미를 더하는 동시에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극 중 비극을 통해 부각되는 효과를 얻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 6월10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막을 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8월3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한스 역에 김수용 박한근 임병근, 헤르만 역에 배두훈 서경수, 안나 역에 강연정 유리아, 요나스 역에 김경수 윤나무 정휘가 출연한다. 사건의 용의자이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 아이들의 유모 메리는 홍륜희 최현선이 번갈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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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