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스템 공사장비 사업권 싹쓸이
[뉴스핌=강소영 기자]중국이 월드컵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장외 마케팅 '경기'에선 우승급 성과를 올리며 월드컵 경제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2일 중국 경제전문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상당수 중국 기업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기와 관련한 건설공사와 설비 제공 사업권을 수주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중국의 산업 연구기관 '10%궁쓰(10%公司)는 최근 월드컵 준비 과정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의 성과를 축구 선수의 포지션과 비유하는 방식으로 평가해 재미를 더했다.

◇ 최전선 포워드: 중국베이처(CNR)와 중국난처(CSR)
중국 2대 열차제조 업체인 중국베이처(中國北車)와 중국난처(中國南車)는 브라질 월드컵 경기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권을 수주했다. 중국베이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르 궤도차량의 80%에 해당하는 열차를 제조·공급하기로 했고, 중국난처는 월드컵 경기 개최지 중 한 곳인 남동부 파라나주의 추리치바시에 하이브리드 버스를 공급계약을 맺었다.
2009년 중국베이처의 자회사 창춘(長春)궤도객차는 브라질 정부의 요청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위한 교통 인프라 구축 입찰에 참가했고, 4건의 사업권을 낙찰받아 8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됐다. 창춘궤도객차는 브라질과 564량의 열차 수출 계약을 맺었고, 이중 234량이 브라질에서 운행 중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 리우데자네이르에서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와 관광객이 이용할 지하철과 지상 궤도차량의 80%가 중국베이처가 제조한 것이다.
중국난처 산하의 후난난처스다이전기자동차(湖南南車時代電動汽車)는 브라질 파라나주 추리치바시에 하이브리드 버스를 공급했다. 중국난처는 "우리는 브라질 현지 업체와 벤츠·볼보 등을 '격파'하고 브라질 월드컵 도시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중국베이처와 중국난처는 최전선에서 맹열한 경기로 상대의 골문을 뚫어야하는 공격수처럼, 월드컵 준비 과정 중 사업규모가 가장 큰 교통 인프라 구축 방면에서 선진국 경쟁 '선수'를 따돌리고 '득점'에 성공했다.
◇ 미드필더: 화웨이(HUAWEI)
중국 통신설비 업체 화웨이는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열릴 12개 경기장의 통신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브라질 월드컵 통신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5개 업체는 2G,3G,4G 및 와이파이(무선인터넷) 설비 등을 포함한 100여 개의 통신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화웨이는 이 가운데 이동통신업체의 네트워크 품질 향상과 경기장 내 일부 통신 네트워크 설비를 구축을 전담한다.
브라질 월드컵 통신 설비 분야의 공개 경쟁 입찰은 2012년 음력 설날 기간 진행됐고, 화웨이는 입찰 참가자 가운데 두각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교통 인프라 다음으로 큰 통신 설비 사업권을 따내, 공격수에게 득점을 연결하고 수비 지역을 오가며 적극적인 수비를 담당하는 미드필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수비수: 싼이중공(三一重工)
중국 싼이중공업(SANY)는 세계 5대 중장비 업체로 2007년 브라질에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번 월드컵 기간 사용할 12개 경기장 가운데 8개 구장 건설에 중장비를 공급했다.
싼이중공업은 2010년 브라질 시장에서 3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2013년 3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브라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장 건설을 위한 중장비 공급을 맡은 싼이중공업의 역할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정방에서부터 후방 골키퍼 앞까지 수비하는 수비수 포지션에 비견된다.
◇ 골키퍼: 둥팡구펀(東方股份)
보안검색 시스템 구축 업체인 둥팡웨이스(東方威視·NUCTECH)는 12개 월드컵 경기장 중 9개 구장의 보안검색 시스템 설비와 서비스 사업권을 수주했다. 둥팡웨이스는 브라질 수도국가체육장, 월드컵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르 구장 등에 600대의 보안검색대를 공급한다.
이 업체는 둥팡구펀 산하 기업으로 이미 전 세계 보안검색 설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보안검색 사업권을 따낸 둥팡웨이스는 골문 앞을 지키는 골키퍼처럼, 이번 월드컵 경기의 선수와 관객의 안전을 지키고,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LED업체인 신야성광전(新亞勝光電)이 총 1000m2 면적에 달하는 월드컵 경기장 LED전광판 공급권을 획득했고, 하얼스(HAERS)는 브라질 월드컵 공식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 등 관련 용품의 제작권을 따냈다. 항저우셰청(杭州協程)은 월드컵 마스코트 제작권을, 셰청공예(協成工藝)는 월드컵 기간 브라질 각지에서 휘날릴 깃발을 제작·공급한다.
브라질 월드컵기간 중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크고 작은 사업권을 따내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한편 중국 브랜드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지만 아직은 국제수준에 못미치는 축구 실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해 중국 국민의 가슴에 맺힌 '한(恨)'을 중국 기업이 막강한 사업 실력으로 위로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