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보다 더 독하고 ‘연애의 온도’보다 더 나쁜 남자"
놀랄 일이 어디 그뿐이랴.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게임 하는 걸 즐기거나 부어라, 마셔라 할 거 같은 이미지와 달리 그의 취미는 독서다. 최근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 제목은 물론, 책 속 인상 깊은 구절까지 막힘없이 읊어준다. 하지만 그의 반전 매력에 빠지긴 아직 이르다. 11일 전야 개봉한 영화 ‘황제를 위하여’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테니.
이민기가 영화 ‘몬스터’(2014)보다 더 독하고 ‘연애의 온도’(2013) 보다 더 나쁜 남자가 돼 돌아왔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황제를 위하여’는 이긴 놈만 살아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이환과 상하,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누아르다. 극중 이민기는 끝없는 욕망을 감춘 남자 이환을 연기했다.
“일단 누아르라는 장르가 좋았죠. 원래 누아르 안에는 공식적인 틀이 있는데, 그걸 어느 정도 허물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욕심이 생겼어요. 분명히 전통 누아르를 따랐는데 그 안에 어떤 새로운 현대적인 감성이 들어갔다고 할까요. 정통성 위에 세련된 감성을 덧붙인 셈이죠. 물론 욕망에 관한 지점들이 가장 좋았고요. 마침 제가 그때 욕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시기였거든요.”
“만약에 그때 제가 아니었다면 다른 식으로 해석했겠죠. 사실 영화 ‘10억’(2009)에서도 욕망을 따라갔는데 그때는 ‘왜’가 필요했어요. 왜 그렇게 해야 하지 같은.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왜’를 따질 필요가 없는 거죠. 구구절절한 사연 속에서 그렇게 해야 한 타당한 이유요. 그래서 영화적으로도 설명적인 부분을 많이 들어냈어요. 왜 이런 짓을 하나 싶지만, 만약 욕망이란 감정 안에서 두고 보면 이환이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인 거죠.”
자연스레 욕망을 품은 환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문득 극중 그가 사랑하는 여자 연수(이태임)도 그저 욕망의 대상이었을 뿐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이번 영화가 베일을 벗으면서 가장 이슈가 됐던 장면 중 하나는 이민기와 이태임의 진한 베드신이었다. 하지만 여느 누아르 장르에서 봐왔던 사랑과 어째 좀 달랐다. 베드신 역시 지나치게 거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사랑일 수도 있지만, 연수는 환의 욕망에 가깝죠. 내 여자, 소유욕에 따른 집착의 지점이죠. 사실 단순히 순애보를 바치는 남자로 그릴 거면 베드신을 넣지 말자고 했어요. 그건 그간 영화에서 봐왔던 하나의 판타지를 심어놓은 장치적인 부분이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베드신이 아름답지도 않고 촬영하면서 (이)태임이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여배우고 후배니까요. 상처받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촬영했고 어느 때보다 대화를 많이 했죠. 그래도 현장에 여자 스태프가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전 안 민망했느냐고요? 에이~ 전 남자잖아요(웃음).”
“돌이켜 생각했을 때 이십 대 때 제가 남긴 영화를 생각하면 뿌듯하고 잘 해왔다 싶어요. 작품이 많진 않은데 꾸준히 장르의 변화도 주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해온 거 같아요. 그런데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해서 그 결과가 최고일 수는 없더라고요. 다만 그 순간 최선을 다해야지 결과가 미흡하더라도 버틸 수 있죠. 그러니까 전 앞으로도 그냥 좋은 작품과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제가 묻어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야 하잖아요. 부수적으로는 장르의 변화를 계속 가져갈 수 있으면 하고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