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밀어내고 별그대 열풍 지펴, 시장 폭발 성장
[뉴스핌=강소영 기자] "'별에서 온 그대'가 아직 TV에서 방영되지 않았지만, 이 한국 드라마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방영된 후 중국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고, 온갖 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CEO가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정치협상회의 위원자격으로 중국 언론에 남긴 말이다.
리옌훙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이면에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터넷 동영상 산업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려준다.
지난달 17일 기준, 바이두 산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愛奇藝) 한 곳에서만 별그대 조회수가 8억 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국의 인기드라마 '사랑의 아파트(愛情公寓4)' 역시 방송 10일 만에 아이치이와 PPS 두 곳의 조회수가 12억 건을 돌파했다.
리옌훙은 "'별그대' 열풍은 중국 문화산업에 있어 인터넷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으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인터넷 동영상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 동영상 서비스 인터넷 비중 압도적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동영상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인터넷과 와이파이(무선인터넷) 보급에 따라 인터넷 동영상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산업은 2013년 기준 시장규모가 122억 5000만 위안(약 2조 1326억 원) 추산된다. 중국 산업전문 연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시장 규모는 259억 위안(약 4조 5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터넷 동영상 산업의 성장가능성은 중국 인터넷 가입자의 인터넷 사용 성향과 가입자 분포 변화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6월 기준 중국의 인터넷 가입자 수는 5억 9100만 명. 이중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가입자가 4억 5685만 명에 달한다. 인터넷 가입자 거의 대부분이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라고 볼 수 있다.2015년이 되면 가입자수가 7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가율을 보면 전자상거래·SNS·뉴스 서비스 가입자수를 훨씬 앞선다.
더욱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동영상 보기라는 것.
PC 인터넷 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보는 것이 동영상 콘텐츠이다. PC 인터넷 서비스 유효사용시간 비율을 보면, 2013년 6월 기준 동영상 이용 비율이 33.9%로 전체 PC 인터넷 사용 시간의 1/3에 달한다.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동영상 서비스 사용 빈도가 높다. 영화와 드라마 시청 역시 TV 보다 동영상을 통해 즐겨본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별그대'와 같이 인기있는 드라마가 TV 방송국을 통해 방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서는 거의 실시간에 시청이 가능해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사용자 나이를 보면 19~35세의 청년층이 가장 많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이용하는 콘텐츠는 영화와 드라마 시청이 가장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 다시보기도 인기 동영상 콘텐츠다.
◇ 대영업체간 시장 쟁탈전 심화
현재 중국에는 유쿠왕(優酷網)·투더우왕(土豆網)·쿠6왕(酷6網)·아이치이(愛奇藝)·PPTV 및 펑싱왕(風行網) 등 20여 개의 인터넷 동영상 업체가 영업중이다.
인터넷 동영상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자, 산업계가 '동영상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유쿠왕과 투더우왕은 지난 2012년 합병하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도 2012년 인터넷 동영상 업체 아이치이를 인수했고, 올해 안에 아이치이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쑤닝(蘇寧)은 지난해 10월 PPTV의 지분 44%를 인수하며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시나닷컴 산하의 동영상 사업부문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PPTV 인수를 검토했으나 결국 쑤닝이 이 회사를 잡을 수 있었다. PPTV를 놓치며 시장 진입에 더욱 늦어진 알리바바가 시나닷컴 동영상 사업 부문을 인수해 시간차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업체도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우리나라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영상 재생에 그치고, TV 프로그램 방영과 영화 다시보기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업체는 훨씬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IT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 방영은 물론, 예능프로그램·스포츠·애니메이션 및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특히 해외 드라마는 TV 방영보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먼저 제공돼, '별그대'와 같은 인기 해외드라마는 단기간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동영상 업체들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고 있다. 아이치이·TV소후와 V.QQ 등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아이치이는 지난해 허난(河南)위성TV와 함께 드라마 '한자영웅(漢字英雄)' 제작에 돌입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한 영화·드라마 방영 및 TV 프로그램 다시보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들 업체의 광고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아이치이가 중국 드라마 '사랑의 아파트' 를 방영한 후 일용화학·IT·자동차 및 부동산 등 각종 광고가 줄을 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동영상 업체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수입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권 재판매를 통한 판권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때문에 업체간 판권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별그대' 열풍이 가라앉기도 전 중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 유쿠왕은 신작 한국 드라마 '쓰리 데이즈'의 판권을 별그대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별그대가 세운 드라마 대중 수출 가격 최고가를 불과 3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판권을 확보한 업체는 단독 방영으로 시장을 '독식'하거나 판권을 재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중국 인터넷 동영상 업체의 판권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