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5주분할, 주가에 긍정적 효과 더 커
[뉴스핌=강소영 기자] 높은 주가로 인해 홍콩 증시의 '귀족주(株)'로 불리는 텐센트(텅쉰 騰訊)가 주식분할에 들어갔다.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15일부터 텐센트의 주식 1주가 5주로 분할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주식분할로 텐센트의 수권자본(주식총수)은 100억 주에서 500억 주로 늘어나고, 주당 액면가치는 0.00002홍콩 달러가 된다.
주식분할이란 기존의 주식을 여러개로 나누는 것으로, 자본의 증가 없이 발행 주식의 총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지나치게 오른 주가를 투자자가 매입하기 쉬운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낸다.
텐센트의 주식분할로 이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 자본은 500홍콩 달러에서 100홍콩 달러로 낮아졌다. 텐센트의 최소거래량은 100주이다.
홍콩 증시 상장 후 텐센트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04년 상장시 발행가가 3.7홍콩 달러였던 텐센트의 주가는 약 10년 만에 130배가 넘게 올랐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텐센트의 주식분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류츠핑(劉熾平) 텐센트 상임이사가 지난 3월 19일 2013년도 실적보고회 자리에서 주식분할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시장은 올해 들어 텐센트의 실적이 악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시장의 불안을 반영하듯 주식분할 계획 발표 후 두 달 동안 텐센트의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14일 텐센트는 시장의 비관적인 예상을 깨고 '화려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 기간 텐센트의 매출총액은 184억 위안(29억 91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8%, 전년 동기 대비 36%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77억 9000만 위안(12억 66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무려 64%가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54%에 달했다.
텐센트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각각 매수와 비중확대의 투자의견을 밝히며, 텐센트 주식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텐센트의 주가는 주당 465홍콩달러의 저점을 찍은 후 최근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14일 전일대비 1.28%오른 514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주식분할의 원인이 실적하락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주식분할이 텐센트의 주가에 미칠 영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텐센트의 주식분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일부 투자자는 주식분할 소식이 전해진 후 텐센트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통상 주식분할 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많다.
천즈융(岑智勇) 홍콩 회업증권(匯業證券) 연구원은 "주식분할로 투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주식 유동성이 확대됐다. 단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증가에 따른 주가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홍콩의 투자전문가도 주식분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텐센트의 주가는 너무 높았다. 최소 5만 홍콩 달러는 가져야 텐센트 주식을 거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소 투자자의 참여도가 낮았다"며 "앞으로는 중소 투자자도 텐센트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주식분할을 반겼다.
주식분할 후 텐센트의 주가변화를 속단하기 힘든 가운데,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홍콩증시 상장 기업 중 앞서 주식분할을 진행했던 기업분석을 통해 주가전망의 단서를 찾고 있다.
홍콩 증시 상장기업의 주식분할 사례는 4건으로 많지 않다. 2004년 캐나다 의류기업 포츠인터내셔널, 2006년 캐나다 보험회사인 매뉴라이프파이낸셜(Manulife Financial), 중국 부동산 기업인 푸리디찬(富力地產)과 롄허디찬(聯合地產)이 각각 2006년과 2007년에 주식분할을 진행했다.
이들 상장기업의 공통점은 주식분할을 단행했을 당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는 것과 주식분할 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후 다시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포츠인터내셔널은 2004년 11월 16일 주식분할을 단행했다. 주식분할 하루 전 이 업체의 주가는 15.95홍콩 달러, 주식분할 당일에는 4홍콩 달러를 기록했다. 약 한 달 동안 주가하락이 지속됐지만, 그 후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2008년 1월 10일 주가가 주식분할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31.5홍콩 달러를 기록했다. 중간에 다소 조정기를 거쳤지만 2005년~2008년 동안 포츠인터내셔널의 주가 상승폭은 750%(누계)에 달한다.
매뉴라이프파이낸셜도 포츠인터내셔널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주식분할 하루 전인 2006년 5월 23일 주가는 526홍콩 달러. 주식분할을 시행한 24일에는 263.8홍콩 달러로 장을 마쳤다. 그 후 한달 간 주가가 줄곧 내림세를 보였지만, 그해 6월 26일 241.6홍콩 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며 2007년 11월 7일 360.2 홍콩 달러를 기록했다. 주가가 최저점 대비 50% 올랐다. 이 기업의 주식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며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부동산 기업 푸리디찬과 롄허디찬도 주식분할 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2~3년에 걸쳐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인 바이두(百度)도 2010년 주식분할을 진행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바이두가 홍콩이 아닌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이지만 텐센트와 동종 업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한다.
바이두 주가는 2010년 초 400달러에 달했다. 그해 4월 29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자 바이두의 주가는 718달러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지자 바이두는 그해 5월 12일 1주를 10주로 나누는 주식분할을 단행했다. 주식분할의 영향으로 주가는 기존의 1/10 수준인 70달러로 내렸지만, 그 후 꾸준히 반등해 2011년 7월 165달러까지 올라갔다. 14일(현지시각) 기준 바이두의 주가는 156.02달러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