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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In-Depth] 카카오 품은 다음, 일단 'Go'...기관들 속내는?

기사입력 : 2014년05월27일 11:28

최종수정 : 2014년05월30일 14:43

"인공호흡기 달았을 뿐 결국 사라질 다음...카카오 섣부른 판단" 혹평도

[뉴스핌=홍승훈 기자] 하루 만에 거래가 재개된 다음커뮤니케이션 주가가 시장 예상대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불과 수개월전 만해도 '투자포인트를 찾을 수 없는 실적', '성장모멘텀 부재' 등의 꼬리표가 달렸던 다음커뮤니케이션. 하지만 이제 증권 전문가들은 추락하던 다음이 카카오라는 성장동력을 끌어안아 꺼져가던 성장성을 되살렸다고 쾌재를 부른다.

27일 증권가는 다음에 대해 최근 주가(7만8100원) 대비 최소 30% 이상 주가상승 여력을 점쳤다. 최소 10만원 이상을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다음 주식을 사지 못해 안달난 투자자들도 넘친다. 오전 중 상한가에 걸려 있는 매수잔량만 1000만주에 육박했다.

한 발 더 나가면 현재 포탈과 검색광고 시장에서 독주하던 네이버(NAVER)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병법인이 될 다음카카오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김범수 의장 효과 때문이다. 과거 김 의장은 혈혈단신으로 NHN을 박차고 나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었고 이 분야에서 네이버를 앞질렀던 경험이 있다. 전일 다음카카오의 합병발표에 최근 잘 나가던 네이버가 4% 가까이 급락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이 작용했다.

겉으로는 이렇듯 돌발 M&A 이슈에 흥분한 듯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시장 전문가들의 일치되는 속내가 하나 있다. 검색포탈 1,2위를 달리던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투자접근이 다르다는 것.

당장에야 모두가 카카오를 품은 다음을 주목하지만 양사의 시너지, 이어 네이버와의 대결구도에선 여전히 네이버 손을 드는 이들이 많았다. 이유는 카카오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네이버의 라인을 넘어설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카카오의 시너지, 주가향방, 투자자 방향성 등을 알기 위해선 카카오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핵심 키(key)"라며 "다만 카카오에 대해선 최근 2년치 재무제표가 전부다. 일단 시장 이슈라 리포트는 내지만 제대로 된 분석은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전일 깜짝 합병발표로 대부분 증권사들이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지만 카카오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철저히 이뤄진 보고서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와의 경쟁 심화 우려에 대해 "네이버 라인은 국내가 주요시장이 아니여서 국내사업 경쟁이 심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카카오가 시장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 경쟁심화는 우려할 필요 없다"고 봤다. 다음카카오의 등장으로 인해 네이버에 대한 기존 뷰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네이버와 다른 접근법… 과도한 기대 우려 목소리도
 
일각에선 다음카카오에 대해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쓰러져가는 다음에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결국 사라질 기업을 성장동력을 갖춘 카카오가 섣불리 들어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굳이 말하자면 내버려두면 그냥 사라질 것을 카카오가 인수해준 꼴이 됐다"며 "카카오로서 이른 상장효과는 보겠지만 다음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금 인수가격이 추후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사실 다음의 카카오 흡수합병은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모양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상장한 것이다.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의 1대주주가 지분 40.8%를 갖게 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됐고 기존 다음 최대주주 이재웅 창업자의 지분은 14.6%에서 3%대로 급감한다.

운용사 관계자는 "다음 이재웅으로선 카카오가 아니면 다음을 제값받고 팔 수도 없는 상황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은 가격에 다음을 인수할 수 있었다"며 "카카오 역시 국내 SNS를 잡고 있긴 하지만 네이버 라인처럼 해외메신저를 잡지 못해 성장한계는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카카오에 대해 호평하는 증권사들 역시 해외시장 기대감에 대해선 선을 긋는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과 카카오 모두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거나 확실한 거점을 확보한 상황이 아직 아니기 때문에 해외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단기에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 분주하게 주판알 굴리는 기관들 "심리 즐길뿐 중장기 신중 접근"

기관투자자들도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를 두고 분주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A운용사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일단 카카오를 품은 다음에 의미있는 숨통이 트였고 돌파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시장 호재는 맞다"면서도 "다만 카카오를 인수해도 다음이 네이버가 되긴 현재로선 힘들 것으로 보고 들고 있는 주식(네이버)를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B운용사 운용역은 "현 상황에선 다음에 대해 의미있는 물량을 담긴 힘들다"며 "그렇다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기엔 이른 것 같다. 경쟁사인 네이버와의 밸류에이션 평가를 한 뒤 접근할 생각"이라고 전해왔다.

거래 재개 첫날인 오늘 다음이 상한가로 치솟은 가운데 전일 우려감에 4% 가깝게 급락했던 네이버가 다시 강보합세로 75만원선을 딛고 올라온 것을 보더라도 기관투자자들의 기존 인터넷포탈에 대한 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증권가에서 카카오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전년대비 다소 낮아진 것도 기관들이 다음카카오에 대해 신중해진 이유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작년만해도 카카오가 대한민국 '수퍼갑'으로 올라갈 것 같았는데 올해 그런 분위기가 다소 꺾였다"며 "올해 카카오가 역성장은 아니지만 성장 기울기가 다소 완만해지면서 투자심리는 피크를 치고 내려오는 분위기다. 카카오가 직상장을 포기하고 1년 앞서 우회상장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판단된다"고 전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증시 한 관계자는 "글로벌리 M&A는 증시 최대의 이슈이자 화두이고 로망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선 'M'자만 나와도 하루이틀 급등을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간 여러 M&A 사례를 볼 때 1+1=2가 아닌 1+1=3이 됐던 M&A를 통한 시너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다를 것 같지가 않다. (다음카카오의 시장 관심을) 역행하진 않겠지만 잠시 즐길뿐 특별한 기대는 사실 없다"고 귀띔했다.  

<카카오 실적추이>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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