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집을 나와 주차장에 들어서면 주차된 차가 주인을 인식하고 도어록을 해제, 스스로 시동을 건다. 운전석에 앉으면 현재 주유 상태와 타이어 공기압 등 기본적인 차량 정보를 음성 메시지를 통해 전달하고 목적지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한다. 주인은 목적지를 말하고 집에서 들고 나온 신문을 읽는다. 자동차는 스스로 주행해 목적지에 도착하고 알아서 주차공간으로 찾아 들어간다.
1980년대 중 후반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TV를 통해 방영됐던 전격 z작전(원제 나이트 라이더)에서 나오는 "도와줘 키트"라는 대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키트는 주인인 마이클과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공지능을 갖춘 자동차로 "과연 못하는 게 무얼까"라는 의문이 들게 했던 캐릭터였다. 자동운행은 기본이며 슈퍼컴퓨터급의 연산에 상대방의 기분까지 파악할 수 있다. 모양만 자동차일 뿐 완벽한 '비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이런 일은 더이상 TV속의 픽션이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 앞에 드러낼 스마트카의 한 단면이다. 일부 기술은 개발 중이지만 어떤 것은 상용화 단계에 근접한 것도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키트를 닮으려는 스마트카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카 관련 기술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IT업체들은 애플과 구글이다. 자동차를 전자 통신 환경과 결합해 운전만 하기 위한 단절된 공간이 아니고 내외부로부터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 기술을 속속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나 데이터를 자동차에 연동해 활용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음성인식 등을 통해 사람과 자동차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말벗'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차량에서 스마트폰을 연동해 음악이나 내비게이션 등을 이용하는 기술은 이미 보편화됐다. 하지만 앞으로 선보이게 될 스마트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성인식을 통해 별다른 조작 없이 주요 기능을 조작하거나 정보 등을 체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를 선보인 바 있다. 버튼 조작 없이 음성을 인식해 전화 걸기, 문자 메시지 확인, 검색과 같은 기능을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고 있다.
애플은 이런 기능을 담은 차량용 운영체제(OS)인 '카플레이(CarPlay)'를 개발하고 보급에 나서고 있다. 운전 중에 음성 명령으로만 목적지를 변경하거나 메일 발송, 스케줄 확인 등의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자동차의 상태나 외부 환경에 대한 변화 역시 자동차가 디스플레이 정보와 별도로 직접 음성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자동차와 운전자가 직접 대화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 무인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출처:유투브 캡쳐> |
스마트카 분야에서 또 하나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무인 주행 기술이다. 운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일부 자동차 오너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는 기술이지만, 최근 자동차의 안전 기능과 함께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다.
최근 구글의 무인 주행 프로젝트팀은 가까운 미래에 무인 자동차가 전 세계 주요 도로를 인식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진척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인 주행 기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문은 무인차가 도로 및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한적한 직선 도로에서는 가속을 하다가도 교차로나 학교 주변, 보행자가 많은 거리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주행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제였다.
구글 프로젝트팀은 이 부문에서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으며 일부 문제는 이미 해결했다고 전했다. 도로환경에서의 다양한 변수들을 실험을 통해 무인 주행 시스템에 계속 축적하고 있다는 얘기다.
완전한 무인 주행까지는 아니지만, 자동차가 스스로 차량의 간격을 인식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고속도로와 같은 일부 도로 상황에서는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주차에 서툰 운전자를 위한 자동주차 시스템과 같은 기술도 자동차 업체들의 안전 성능 강화와 맞물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 건강까지 체크하는 자동차 주치의
이동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앞으로는 운전자의 건강까지 체크할 수 있는 주치의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기술 역시 안전 기능과 연관된 부문으로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노출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기본 건강 정보를 체크한 뒤 이상 증후를 파악해 운전하기에 위험한 상태인지를 미리 알려주는 기술이다.
운전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기능으로는 최근 블랙박스와 같은 영상기기를 통해 운전자의 표정을 분석하거나 무선주파수 등으로 심박동수, 호흡 등을 체크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조만간 똑똑해진 스마트카에 앉으면 자동차로부터 건강을 위해 운전대를 놓고 걸어 다니라는 충고를 들을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