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시장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은 기업에게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명예로 꼽힌다.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시장 1위’라는 이름이 소비자에게 주는 신뢰는 직·간접적으로 판매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하물며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투자받는 상장사에서는 두말 할 것 없다. 시장점유율 1위는 곧 그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욕은 늘 논란을 몰고 다니기 마련이다.
사조해표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소매지수(Retail Index) 보고서에서 자사의 연어캔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3월 시장점유율이 전월 대비 약 7%P 상승한 38.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출시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
더불어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은 37.7%, 동원F&B는 23.5%에 그쳤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사조해표가 시장점유율 1위를 주장할 수 있었던 데이터의 기준이 바로 ‘판매량’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은 매출로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사조해표의 연어캔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정 반대의 결과를 나타낸다.
닐슨의 3월 매출기준 연어캔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40.2%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동원F&B가 34.5%를 차지했다. 사조해표의 점유율은 25.3%로 시장 3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전월 대비 3.8%P가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판매량 증가율에는 크게 못 미친다.
물론 CJ제일제당의 연어캔 제품이 135g 기준 4480원으로 같은 용량 사조해표의 제품 3300원보다 비싸기 때문에 매출 집계 면에서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기준은 가장 객관적인 척도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은 대형마트 등 유통점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며 “결국 판매량이 급증했는데도 매출이 상응해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마케팅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는 의미지 제품 자체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자사에 유리한 데이터를 통해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호도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시정점유율 1위 논란은 사조해표 뿐만이 아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단골 1위 논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매출로는 CJ오쇼핑이 GS홈쇼핑을 앞서지만 총 거래액을 의미하는 취급고에서는 GS홈쇼핑이 CJ오쇼핑을 압도한다. 이 때문에 서로 업계 1위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셈이다. 유통업계는 통상 취급고 기준으로 업계 순위를 매기지만 이들의 논란은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CJ푸드빌의 빕스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서로간의 매출이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수년 째 자칭 시장점유율 1위를 주장 중이고 소니와 캐논은 국내에서 렌즈교환식 카메라 점유율에 오픈마켓을 넣느냐 마느냐로 서로 1등을 자처하고 있다.
사실 업체들간의 경쟁은 소비자와 나아가 시장 자체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제품의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경쟁이 이처럼 엉뚱한 ‘1위 논란’으로 번졌을 때다.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다양한 기준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뽑다 보니 소비자와 투자자는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쪽 말만 듣다가 자칫하면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그르치는 일도 생길 법 하다.
이는 결국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신만 가중시키게 될 뿐이다. 업계 스스로 시장점유율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1등이 가치를 갖는 것은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1위의 기준이 세워졌을 때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