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아내의 이혼통보로 스트레스 폭발 직전인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동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내사로 그동안 애써 지켜왔던 비리 장부를 들킬 위기에 처한 고건수는 그 와중에 딸의 전화까지 챙기다 그만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킨다.
고건수는 고민 끝에 어머니의 관속에 시체를 숨긴다. 하지만 곧 경찰 내부에서 실종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그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진땀을 뺀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될 듯 보였던 어느 날,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 등장하며 고건수는 예측할 수 없는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린다.
사실 ‘끝까지 간다’는 현빈의 제대 복귀작 ‘역린’, 충무로 대세 류승룡의 ‘표적’과 비슷한 시기에 선을 보이며 대중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김성훈 감독과 배우 이선균, 조진웅의 만남도 구미를 당기기엔 어딘가 부족했다는 평가. 하지만 베일을 벗자마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더라’고 평하기에 어째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덜’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추격전이다. 그나마 ‘덜’ 나쁜 놈도 추악하기 짝이 없는 비리 형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이들의 잘못을 파헤쳐 고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끝까지 간다’는 유쾌함을 바탕에 깔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일상을 파괴(?)당한 인물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이야기의 짜임새와 긴장감도 나무랄 데 없다.
당연히 여기에는 김성훈 감독의 공이 컸다. 고건수를 궁지로 몰아가며 긴장감을 쌓아올리는 김 감독의 연출 솜씨는 꽤 노련하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 툭툭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는 날 선 유머가 들어있다. 불필요한 캐릭터나 서사를 없애고 이야기를 힘입게 압축하니 극의 몰입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전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배우들 역시 영화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동력은 이선균과 조진웅인데 각기 다른 포스를 뿜어내는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를 걷어낸 이선균은 비리 형사 고건수를 완벽하게 소화, 감정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캐릭터를 살렸다. 선한 캐릭터가 아님에도 묘한 동질감과 연민이 느껴지는 것 역시 이선균의 실감 나는 연기 덕이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한 박창민 역의 조진웅은 악역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수없이 악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지만 신기하게도 또 새롭다. 느긋하고 침착하게 이선균의 숨통을 조여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등골이 오싹해진다.
물론 두 배우의 리얼한 액션신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특별히 화려한 그림이 펼쳐지거나 엄청난 스펙터클을 뽐내는 게 아닌데도 팽팽한 긴장감이 압도적이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들의 혹독한 육탄전을 엿보는 건 영화의 백미다.
단언컨대 작품 속 관객의 시선을 홀리는 재미와 힘은 제목 그대로 끝까지 간다. 세계적 영화축제 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을 만하고 대중적인 흥행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다. 대충 넘겨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한 편의 재밌는 만화책과 같은 ‘끝까지 간다’는 29일 개봉한다.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